자본잠식 수술 나선 KDB생명…무상감자 후 내년 초 유상증자 전망
입력 25.10.20 07:00
1·2분기 자본잠식으로 유증 불가피
산은, 재무 실사 마무리 단계
다음달 무상감자 후 유증 이어질 듯
  • 2분기째 자본잠식에 빠진 KDB생명이 재무 구조 대수술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우선 무상감자를 진행한 뒤 내년 초께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현재 유상증자에 대해 '현재 계획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보험업권에서는 산업은행이 현재 진행 중인 KDB생명 재무 실사를 마친 뒤 증자 규모 등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KDB생명은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 9966만5129주 중 8305만4275주를 무상감자하기로 했다. 감자 후 자본금은 기존 4983억원에서 830억원으로 감소한다. 감자기준일은 11월17일이며 신주권교부예정일은 12월1일이다.

    KDB생명은 "주당 가치 상향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감자로 4152억원의 차익이 발생하면서 현재 160억원에 달하는 누적 결손금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총자본은 변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KDB생명 유상증자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판단한다. 상반기 말 KDB생명의 자기자본은 마이너스(-)124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감자로 주당 가치를 올린 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액면금액에 맞는 유상증자를 진행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KDB생명은 지난 2023년 7월말 무상감자 후 약 2개월 뒤인 10월초 유상증자를 했다. 이를 고려하면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르면 내년 초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의 자본잠식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1조원 안팎의 자본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본다.

    유상증자의 사전 단계로 평가되는 재무 실사 역시 마무리 단계다. 산업은행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KDB생명에 대한 지원방안을 결정할 전망이다. 현 시점에선 증자 규모를 최소화하고, 수년에 걸쳐 투입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자본잠식을 해결하겠다는 목표지만,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을 거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잠식도 불안하고, 건전성 비율 역시 경과조치를 통해 겨우 유지 중인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경영 정상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자구노력만으로는 수년이 걸려도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으로선 지난달 박상진 회장이 취임하며 속도를 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KDB생명은 지난 1·2분기 연달아 자본잠식에 빠지며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박상진 전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정부 조직개편 등이 이어지며 결정을 내릴 리더십이 한동안 부재했다.

    산업은행과 KDB생명은 그간 유상증자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경영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매각은커녕 자본잠식에 빠졌고, 추가로 혈세를 들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산업은행이 과거 금호생명(현 KDB생명) 인수 및 재무 개선을 위해 투입한 자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KDB생명은 유상증자 후 신임 대표 선임 등 본격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영을 맡은 임승태 대표는 지난 3월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계속 근무 중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선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대표 선임은 임원추천위원회 등 관련 절차를 통해 진행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