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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통합법인 출범을 논의하면서 향후 기업공개(IPO)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상장을 검토해온 만큼 IPO 가능성 자체는 높지만, 어느 시장을 택하더라도 적지 않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는 '중복상장' 규제가 변수로 작용하고, 나스닥 상장 역시 미국 법인 신설과 회계기준 전환, 세제 문제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 통합법인의 상장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는 평가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모두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가 참여하고 있고, 양측 모두 상장을 중장기 과제로 꾸준히 검토해왔기 때문이다.
두나무는 업비트를 운영하며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왔지만, 단순 코인 위탁중개 사업만으로는 나스닥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통합은 핀테크와 디지털 자산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통해 상장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분석도 제기된다.
관건은 상장 시장이다. 우선 코스피 상장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네이버가 상장돼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이 별도로 상장을 추진할 경우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과거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상장 당시와 유사하게, 금융당국의 심사와 시장의 평가를 동시에 통과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중복상장’ 가능성이 일부라도 있을 경우 상장 자체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일종의 기준선 역할을 했던 ‘물적분할 이후 5년’ 원칙도 최근 사라지면서, 한화에너지·SK플라즈마 등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이 잇따라 멈춰 선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나스닥 상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핀테크와 가상자산 사업을 결합한 성장성을 글로벌 투자자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특히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현재 양사 기업가치를 단순 합산한 것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경우 '플립(Flip)' 구조가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플립은 한국 법인을 100% 자회사로 전환한 뒤, 미국에 별도 법인을 설립해 기존 사업이나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이다. 쿠팡이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때 활용한 구조이기도 하다.
다만 이 경우 미국 회계기준(GAAP)으로 최소 3년 치 재무제표를 확보해야 하고, 지분 이전 과정에서 상당한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생한다. 적자 상태였던 쿠팡과 달리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영업이익 규모가 큰 만큼 세제 이슈가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파이낸셜 미국 법인을 바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간단치 않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결제·송금 등 국내 금융 규제와 긴밀히 얽혀 있다. 본사를 미국으로 옮길 경우 한국 내 금융 인허가와 규제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구조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통합법인을 상장해 FI가 엑싯한 뒤, 이후 네이버가 재합병하는 '재흡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대규모 FI가 참여한 거래에서 종종 활용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경우 국경 간 자산 이동과 법인 구조 전환이 수반돼 '크로스보더' 거래가 불가피하며, 회계·세무·공시 체계 차이로 인해 구조 설계 난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국내 상장은 '중복상장' 이슈로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지만, 나스닥 상장 역시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며 "중복상장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상황에 따라 국내 상장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선 ‘중복상장’ 규제에 발목…'LG엔솔' 사례와 유사 평
나스닥 상장도 플립·양도세·회계 전환 등 진입장벽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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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0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