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다음은 RNA"…빅파마 따라 RNA 꽂힌 바이오 투자자들
입력 25.10.22 07:00
RNA 치료제 개발 기업 찾는 노보·릴리·BMS
약물 효과 늘리는 강점 살려 활용 범위 늘어
"비만치료제 이후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할 만"
  • 글로벌 빅파마가 RNA 기술에 주목하면서 국내 바이오 투자자들의 눈도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국내 기업에 쏠리고 있다. RNA 치료제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생성 등을 조절해 질환을 치료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빅파마가 RNA 기반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비만치료제 이후 새로운 투자 영역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파마는 RNA 치료제 개발 기업을 속속 인수하고 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는 이달 RNA 기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기업 오비탈 테라퓨틱스를 2조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오비탈 테라퓨틱스가 개발하던 RNA 기반 치료제 후보물질은 물론, 이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바이오 기업의 RNA 기반 자산, 기술 사용 권리를 확보하는 기술도입(License In)도 활발하다. 노바티스는 지난달 중국의 아르고 바이오파마슈티컬, 미국의 애로우헤드 파마슈티컬스와 각각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아르고 바이오파마슈티컬에선 심혈관 치료제 후보물질을, 애로우헤드 파마슈티컬스에선 신경퇴행성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가져왔다. 모두 RNA 기반의 후보물질이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도 글로벌 빅파마의 협력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알지노믹스는 올해 일라이 릴리와 RNA 기반 난청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알지노믹스가 초기 연구를 맡고, 이후 일라이 릴리가 개발을 진행하는 형태의 계약이다. 선급금(업프론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치료제가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전체 계약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바이오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려는 자산운용사, 벤처투자사(VC)들의 눈도 RNA 기반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쏠린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통상 큰 규모의 기업에 신약 후보물질이나 개발 기술의 권리를 넘기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글로벌 빅파마가 주도하는 바이오 기업 인수합병(M&A), 기술도입 움직임에 국내 기업도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바이오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RNA 기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M&A나 기술이전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해외 시장에선 분위기가 좋은 만큼 국내에서도 이르면 내년께 비만치료제를 잇는 유망 투자 영역으로 RNA 기반 치료제와 개발 기술이 더 부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던제라, 큐피틀리아 등 RNA 기반 치료제도 올해 미국 규제기관의 허가 문턱을 넘겼다"라며 "암부트라를 비롯해 기존의 RNA 기반 치료제가 활용 범위를 넓히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궤도에 진입한 점도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데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RNA가 바이오 투자 영역에서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비만치료제의 역할도 상당하다. RNA 기반 기술을 활용해 비만치료제의 효과를 늘리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비만치료제들은 대부분 일주일에 한 번, 환자가 직접 주사해야 한다. 하지만 RNA 기술을 활용해 투여 기간을 한 달에 한 번 등으로 늘린다면 환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노보 노디스크도 RNA 기술로 비만치료제의 효과를 늘리기 위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RNA 치료제가 DNA 치료제보다 안전하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DNA 치료제는 유전 정보가 담긴 DNA를 영구적으로 편집(에디팅)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RNA 치료제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할 뿐, 직접적으로 유전 물질을 조작하지 않는다.

    바이오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VC 관계자는 "RNA 치료제는 그동안 희귀질환으로 개발 영역이 한정됐다"면서도 "최근 약물의 효과를 늘리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만을 비롯한 대사·심혈관질환 외에도 중추신경계(CNS) 분야에서의 활용도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