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선 무너진 金…고환율·글로벌 불확실성 속 매수세 '여전'
입력 25.10.24 13:59
금값 급락에도 개인 순매수 행진…金 ETF 자금 유입 '견조'
저금리·중앙은행 매입 확대 등 구조적 요인에 금 선호 강화
글로벌 IB "최대 6000달러까지 상승 가능…상승 여력 충분"
  • 국내 금 시세가 20만원선을 내주며 급락했지만,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단기 과열이 진정된 조정 국면이지만, 고환율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금 중심의 안전자산 선호는 쉽게 식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24일 오전 한국거래소 KRX 금현물시장에서 1g당 가격은 19만8670원, 한 돈(3.75g) 기준으로는 74만5012원이다. 지난 15일 사상 최고가(22만7000원) 대비 13% 하락했지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50% 이상 오른 수준이다.

    '금 랠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개인 매수세는 견조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금현물 ETF'는 22일 하루 126억원, 23일 52억원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에도 22일 하루에만 400억원, 23일 144억원이 들어왔다.

    국제 금현물 시세를 추종하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국제금 ETF'에는 이달 중순 이후 630억 원 이상 유입됐다. 달러 기준 시세를 직접 추종해 국내 시세 괴리 영향을 받지 않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국제 금값은 지난 20일 온스당 439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가 하루 만에 5.7%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이다. 대형 글로벌 기업들의 3분기 호실적이 이어지며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난 영향이 컸다.

    국내 금값은 이보다 낙폭이 더 컸다. 국제 시세와의 괴리로 형성됐던 '김치 프리미엄'이 빠르게 해소된 탓이다. 한때 18%까지 벌어졌던 프리미엄은 24일 기준 5% 수준으로 축소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을 '기술적 조정'으로 해석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온스당 4000달러가 단기 지지선이며, 중장기 상승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중반 6000달러, 골드만삭스는 4900달러를 각각 목표가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투기적 랠리의 끝이 아닌 '중간 점검'으로 본다.

    미국을 중심으로 실질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금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고,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실물자산 선호가 커졌다. 달러 약세도 금 가격을 상대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가 구조적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금 ETF 유입 규모는 최근 5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이 단순 투기 대상이 아닌 '포트폴리오 핵심 축'으로 재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롬바드 오디에의 나네트 헤클러 페이더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채가 분산효과를 상실한 상황에서 금이 주요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고환율 장기화로 안전자산 수요가 한층 뚜렷해졌다. 원·달러 환율이 1430~1440원대를 오르내리고, 관세 협상 등 글로벌 변수도 여전히 불안정해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

    한편 금이 주요 투자 테마로 부상하면서 ETF 시장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투자자 유입 확대를 위해 'SOL 국제금 ETF'의 총보수를 0.3%에서 0.05%로 인하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KRX금현물 ETF'의 국내외 시세 및 괴리율을 매일 공시하며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단기 급락은 과열 구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조정에 가깝다"며 "고환율, 금리 인하 기대,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어 내년 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