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비만약, 주가 끌어올렸지만…위고비·마운자로 출혈 경쟁 고민
입력 25.10.28 15:35
한미약품, 내년 말 자체 개발 비만치료제 출시 계획
경쟁제품과 효과 유사…공급 가격은 낮게 책정할 듯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 흐름에…출혈 경쟁 우려도 ↑
  • 한미약품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해당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만치료제 기업들이 기존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는 정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역시 제품 출시 이후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자사 제품의 가격이 낮다는 점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경쟁 기업이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발표하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27일 종가 기준 42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직전 거래일 대비 주가는 26.25% 솟았고, 거래대금은 최근 일주일 평균 대비 9~10배 수준 늘었다. 한미약품의 최대주주인 한미사이언스 주가 역시 같은 날 직전 거래일 대비 9.36% 오른 4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종가 기준 지난 한 달 새 3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날 한미약품과 함께 주가가 솟으면서 4만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두 기업 주가가 함께 오른 이유는 한미약품이 국산 비만치료제 개발에 한걸음 다가섰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 아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앞서 사노피에 기술 이전했다 반환 받은 후보물질이다. 한미약품은 주가가 오른 당일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연구 결과 일부를 발표했고, 투자자들은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출시가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이 공개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 후보물질을 40주 동안 투약한 비만 환자의 절반가량(49.46%)은 10% 이상 체중을 감량했다. 일부(19.86%) 비만 환자는 15% 이상 체중이 줄었고,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투약한 모든 환자는 평균적으로 9% 이상 체중을 줄였다. 환자 몇몇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투약하면서 운동을 병행해 체중이 20~30%가량 줄어들기도 했다. 특히 20대 여성 환자의 체중 감량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것이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이런 체중 감량 효과는 기존의 비만치료제들과 비교했을 때 위고비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위고비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언급해 유명세를 탄 비만치료제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40주 동안 투약했을 때의 체중 감소 비율이 위고비를 44주 동안 투약한 결과와 유사하다"고 했다. 다만 다른 비만치료제인 마운자로보다는 체중 감량 효과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사 관계자는 "마운자로는 이중작용제인 데다, 위고비보다도 데이터가 좋았다"고 전했다.

    이제 시장의 눈은 한미약품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얼마에 공급할지에 쏠리는 분위기다. 위고비와 유사한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으니, 후발주자로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환자들의 부담으로 지목돼 왔다. 투약 편의성 측면에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도 다른 비만치료제처럼 환자가 일주일에 1번 주사 형태의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경쟁력이 있지는 않다.

    비만치료제의 가격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점은 한미약품이 국내 시장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는 경쟁 제품인 마운자로가 국내 출시될 당시, 자사 제품인 위고비의 가격을 일부 제품에 한해 절반가량 인하했다. 마운자로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도 위고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출시 당시 위고비보다 낮은 수준으로 공급 가격을 책정했다. 이런 가격 인하 경쟁은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은 시중의 비만치료제보다 낮은 가격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출시 시점은 내년 말이 목표다. 이를 위해 오는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저렴하고,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기존의 비만치료제가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는 점, 특히 메인 용량이 아니라 낮은 용량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약품은 28일 종가 기준 40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전일 대비 5.26% 하락했다. 한미사이언스 주가 역시 전일 대비 2.81% 내린 3만975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