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남부터미널 하이엔드 주거 PF EOD…KB증권이 2500억 떠안는다
입력 25.10.30 07:00
舊효성서초빌라 부지 남부터미널 PF EOD
10월 24일 만기 연장 불발…KB證 직접인수
고분양가·분양 부진 겹쳐 단기회수 난항
  • KB증권이 투자한 서초 남부터미널역 인근 하이엔드 도시형생활주택 개발사업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시행사와 대주단 간 대출 만기 연장 협의가 결렬되면서, KB증권이 자체자금(PI) 2500억원을 투입해 사실상 프로젝트를 떠안게 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EOD가 발생한 사업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옛 효성서초빌라 부지에 들어서는 '서초 남부터미널역세권 도시형생활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사업'이다. 효성중공업이 시공을 맡았으며, 시행은 와이즈프라퍼티가 담당했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소형 하이엔드 주거시설로 기획됐고, 도시형생활주택 124세대와 상가시설이 포함돼 있다.

    시행사는 지난 2022년 총 27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았다. 대출은 선순위 2200억원, 중순위 300억원, 후순위 200억원으로 구성됐다. 자금 조달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이뤄졌고, KB증권은 이 SPC가 발행한 단기채권의 인수확약자로 참여했다. PF사업에 문제가 발생해 자금이 부족하면 KB증권이 대신 메워주는 형태로 신용을 보강한 것이다.

    이달 24일 PF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서 차환 발행이 필요했으나, 만기 연장이 불발되면서 협의가 무산됐다. 시공사인 효성중공업과의 공사비 정산 문제와 분양 부진 등의 영향이 맞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EOD가 발생했고, KB증권은 EOD 당일 약 25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PI 자금으로 직접 인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KB증권 관계자는 "시행사가 분양대행사 선정권과 분양대행수수료를 무리하게 요구함에 따라, 대주단의 수용이 불가해 불가피하게 EOD가 발행한 것"이라며 "KB증권이 2500억원 상당의 사모사채를 인수했고, 공매 등을 통해 채권회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고급 주거시설로 기획됐으나,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20~30%가량 높아 시장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의 투자 원본이 높아 임대료나 분양가를 낮추기 어려운 구조"라며 "높은 분양가와 공실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단기간 내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B증권이 인수확약자로 참여한 PF사업에서 EOD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중순에도 KB증권이 선순위로 투자한 경기도 시흥 시화MTV 물류센터 개발사업에서 EOD가 발생, 약 2600억원을 KB증권이 떠안은 바 있다. 한 달 새 5000억원 규모의 자체자금이 PF 부실 해결에 투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