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됐다. 합의 이후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의 주가가 애프터마켓에서 급등했다.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재명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참에서 "(한국과) 합의를 이뤘고, 무역협상을 거의 타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미 양국은 10월 29일 관세협상 세부내용에 최종 합의했다"며 관련 현안을 설명했다.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던 3500억달러 대미 투자에 관해서는 투자액 규모는 유지하되, 현금 투자 2000억달러,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로 구성하기로 했다. 또 연간 투자액의 상한선을 200억달러로 정해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조선 협력과 관련해선 한미 양국이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조선협력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김 실장은 "대미 금융투자 (3500억달러) 중 조선업 관련 자금 1500억달러는 협업 프로젝트에 투입한다"며 "'마스가(MASGA)' 조선·에너지 협력 펀드는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되며, 기업 보증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200억달러는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라며 "만약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면 납입 시기 조정을 요청할 근거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25% 관세는 15%로 낮아졌다. 상호관세는 지난 7월 말 합의 이후 이미 15%가 적용되고 있다. 품목별로는 의약품과 목재가 최혜국 대우를 받으며, 항공기 부품·제네릭(복제약) 의약품·미국 내 미생산 천연자원에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현재 대만은 반도체 완제품 대부분이 20% 임시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대만 정부는 더 낮은 관세율로 재협상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번 합의에 대해 "우리의 가장 큰 우려였던 외환시장의 실질적 부담을 크게 경감했다"며 "투자 약정 실제 조달은 장기에 걸쳐 이뤄지게 되고,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조달하기로 했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더욱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금 회수를 위한 다층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원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 사업에만 투자하기로 하고 명시하기로 했다. 상업적 합리성이란 투자 금액을 충분히 환수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이 보장된다고 투자위원회가 선의에 따라 판단하는 투자를 의미한다" 고 전했다.

펀드 수익 배분 구조도 구체화했다. 무리한 사업에 대한 손실을 한국이 부담하지 않을 수 있는 조치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은 각각 수익 배분을 5대5로 하게 돼 있었으나, 한국이 20년 내 원리금 전액을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도 조정 가능한 것으로 서로 양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협상이 발표된 이후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혜택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주가가 애프터마켓에서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프터마켓에서 현대차는 정규장 종가 대비 13.97% 오른 28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기아 역시 10.47% 상승한 12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조선주도 한화오션 6.4%, HD현대 6.8%, 삼성중공업 5.3% 등 상승 폭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2.21% 오른 10만1700원, SK하이닉스는 9.02% 상승한 56만8000원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