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2025 대흥행에…아쉬워진(?) 삼일PwC
입력 25.10.30 10:52
HOUSE 동향
글로벌 정세 불안 속 APEC 2025 주목
각국 정상, 글로벌 기업인 찾으며 흥행
지식 파트너 올해 PwC→딜로이트 교체
한국 행사 활약 준비하던 삼일은 아쉬움
  • 올해 한국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33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APEC 2025 Korea)엔 시작 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미국발 관세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의 긴장감을 완화하는 장이 될 것인지가 핵심 관심사였다.

    APEC는 뜨거운 열기 속에 순항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 주요국 국가 수반이 총출동했고 정상회담이 잇따랐다. 젠슨 황(엔비디아), 맷 가먼(AWC), 사이먼 밀러(메타) 등 글로벌 기업 수장들도 한국을 찾아 협력을 논의했다.

    개최국인 우리나라도 성과를 내고 있다. 정상회담 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던 한미 관세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총 3500억달러 투자 중 현금 투자 규모는 2000억달러로 합의했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 항공,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논의가 가속화했다.

    잇단 성과에 시장 전반에 온기가 도는 분위기인데 삼일PwC는 다소 아쉬울 만한 상황이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APEC 성과의 과실을 누릴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APEC에선 글로벌 정상간 회의가 핵심이지만 부대 행사로 주요 기업들 최고경영자 회의(CEO Summit)도 열린다. CEO Summit에는 행사의 의제를 설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공식 지식 파트너(Exclusive Knowledge Partner)가 참여한다.

    공식 지식 파트너는 지난 2009년 이후 글로벌 컨설팅사 PwC가 도맡아 왔다. APEC 개최지가 정해지면 해당 지역의 멤버펌에서 주도적으로 행사를 지원한다. 한국에서는 삼일PwC가 그 역할을 맡는다. 삼일PwC는 연초부터 준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5월 딜로이트가 올해 CEO Summit의 공식 지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APEC은 PwC간 행사 협력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자 파트너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PwC의 과는 아니지만 내부에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APEC이 열리니 당연히 삼일이 주도할 것으로 보고 연초부터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글로벌 PwC와 APEC간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일을 놓치게 됐다"고 말했다.

    삼일PwC는 국내 시장에서 절대 1강의 자리를 갖춰가고 있다. 올해 APEC은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커진 우리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찾는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삼일PwC가 공식 파트너로서 활약했다면 광고 및 네트워크 강화 효과를 톡톡히 누렸을 것으로 보인다.

    삼일PwC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회계 서비스 공식 후원사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경영진들은 여러 차례 스키장 등 경기 시설을 찾았고, 명함에도 평창동계올림픽 로고를 담는 등 애정을 보였다. 가시적인 이익은 없었지만 이름을 더 알렸고, 나랏일에 적극 힘을 보탠다는 명분도 챙겼다.

    삼일PwC는 APEC 2025를 꼼꼼하게 분석한 보고서를 내는 등 전문성을 보이고 있지만 공식 파트너로 일하는 것에 비해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컨설팅사로서 APEC의 지식 파트너를 맡는 것은 큰 명예"라며 "삼일PwC가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