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사 CEO 임기, 이젠 나이보단 성과주의…계열사별로 '숙제' 한가득
입력 25.10.31 07:00
‘60세룰' 희미해진 자리, 신상필벌 중요성 강조
계열사별 숙제는 인사 리스크로 직결
생명은 회계처리 화재는 손해율 관리
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카드는 모니모 현안과제로
  • 삼성금융의 인사 대원칙으로 불리던 ‘60세룰’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CEO 교체의 잣대가 ‘나이’에서 ‘성과’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엔 연령이 임기 연장의 한계선이었지만, 이제는 실적과 전략 실행력에 따라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 셈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삼성금융사 연말 사장단 인사는 큰 폭의 변화 없이 안정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부분의 CEO 임기가 남아 있는 만큼, 교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각 계열사가 맞닥뜨린 구조적 과제가 적지 않아, 해당 성과가 향후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작년 삼성금융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이 유임됐고, 삼성카드와 삼성자산운용엔 각각 김이태 사장과 김우석 대표가 새로 올랐다. 이들의 임기는 아직 1년 이상 남아 있다.

    올해 실적은 전반적으로 선방했다. 삼성생명은 상반기 순이익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고, 삼성화재는 1조2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증시 회복세에 힘입어 3분기 반사이익이 예상되며, 삼성카드는 작년 10년만에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앞지른 뒤 격차를 벌리고 있다.

  • 다만 삼성금융 내부에선 “임기가 남았다고 안심하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전영묵 전 삼성생명 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된 바 있다. 이는 성과와 리스크 관리 능력이 인사 결정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과거 삼성금융 인사의 불문율로 여겨지던 60세룰은 이제 유명무실하다. 나이보다 ‘전략 실행력’이 더 중요시되면서, 성과가 곧 재신임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인사철학인 신상필벌(信賞必罰)이 금융계열사에서도 확고히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각 계열사 CEO가 안고 있는 숙제가 만만치 않다. 해당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현 CEO의 임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생명은 회계이슈가 급선무다. 국정감사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일탈회계 정상화’를 언급한 만큼, 전자지분 회계처리 문제에 대한 후속조치가 불가피하다. 이는 그룹 지배구조와 직결된 사안으로, 생명은 금감원과의 조율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

    삼성화재는 간병보험 등 일부 상품의 손해율이 급등하며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손해율 관리와 영업 효율화가 관건이다.

    특히 ‘간병일 사용일당’ 담보의 경우 한때 손해율이 10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보장 한도로 인기를 끌며 모럴 해저드가 뒤이었고 손해율이 치솟은 것이다. 결국 삼성화재는 한도를 낮췄지만, 업계에선 한번 오른 손해율이 안정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가 여부가 최대 변수다. 4월 금감원의 판매 실태 점검 이후 결과가 인가 승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인가 지연 시, 기업금융 역량 확대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성카드는 ‘모니모(Monimo)’ 통합앱 성패가 승부처다. 자체 앱을 없애며 통합에 ‘올인’한 만큼, 고객 만족도와 이용률 개선이 향후 김이태 사장의 연임 평가로 직결될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각 계열사마다 남은 임기보다 성과 압박이 훨씬 커졌다”며 “성과 평가가 향후 인사에 직접 반영되는 체계가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