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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회장이 취임한지 정확히 3년이 되는 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10만원을 돌파했다.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60% 이상 증가했는데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삼성전자가 그룹을 이끌며 전사적인 사업 부담을 덜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은 수면 아래서 넥스트 삼성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룹 내에서 이재용 회장이 단일 최대주주(18%)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는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이 회장에겐 삼성전자의 성장과 못지 않게 삼성물산의 가치를 증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물산의 가치를 키우는 건 단순히 이 회장 스스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측면이라기보단, 그룹 1인자로서 정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최고경영자로서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방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대주주이지만 '이름값' 못하는 만년 저평가 기업으로 치부돼 왔다. 제일모직과의 '부당합병'이란 프레임에 갇혀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건설·상사·패션·리조트 등 어느 사업부도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며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로 그룹이 2015년 합병 당시 천명했던 2020년 매출 60조원 달성 공약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았다. 수치에 점차 근접하고는 있지만 갈길이 멀다. 건설과 상사부문은 외부 변수에 매우 취약하고, 패션과 리조트 부문은 회사 전반을 책임지기엔 규모가 미미하다. 결국 과거 삼성물산의 주축을 이뤘던 사업만으론 분명한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변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이 전략적으로 돌파구를 찾는 분야는 바이오이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젠(Biogen)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분 정리를 이미 끝마쳤고, 이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리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올해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이 완료하면 삼성물산은 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신설) 등 동시에 두 회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갖게 된다. 표면적인 분할의 목적은 바이오로직스 CDMO 사업과 바이오에피스 신약개발 사업의 간섭효과를 차단하겠단 것이다. 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자연스럽게 그룹 지배구조개편이 가능성이 제기 됐는데 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시하면서 해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CDMO와 신약개발 등 두 곳의 삼성 계열 바이오 상장사가 각각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 받게되면 두 회사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에 미칠 후광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바이오로직스는 분할을 앞두고 큰 폭의 주가 상승세를 나타냈고 시가총액 80조원을 훌쩍 넘기며 코스피 4위 기업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삼성물산 역시 순자산가치(NAV)가 높아지는 효과를 봤고, 가파른 주가 상승이 이어지며 전례없는 주가 추이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가 밝힌대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공동으로 보유한 바이오 계열사 지분을 '당장' 정리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주가와 무관하게 삼성물산이 선택할 수 있는 바이오 계열사의 지분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점, 그리고 자금조달 창구가 넓어지면서 자회사 투자 부담을 다소 덜어 낼 수 있단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가 삼성그룹 전반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를 활용한 거버넌스 개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물산의 가치를 키워야한다는 대전제가 유효하다면, 수년 후에 바이오 사업을 일원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미국 암 조기 진단 기업 그레일(Grail)에 투자했다. 투자규모는 1억1000만달러, 우리돈 약 1500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삼성전자와 달리 삼성물산이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 투자에 나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올해를 기점으로 삼성물산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회사는 연초 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삼성벤처투자와 함께 설립한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미국 C2N디아그노틱스(C2N Diagnotics) 1000만달러를 출자한 바 있다. 해당 투자에 앞장선 인물은 삼성물산 생명과학사업전담팀 태스크포스(Life Science Biz. TF)를 이끄는 김재우 부사장으로 알려져있다.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 출신으로 과거 고한승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과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현재 고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고 있는데, 바이오 사업을 이끈 핵심 인사들의 유기적인 관계를 비쳐볼 때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앞으로도 바이오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삼성그룹의 거버넌스 개편은 불가피한 작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와 계열사의 지배력은 높지 않은데, 정권 교체할 때마다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등 그룹의 근간을 흔들 법안들이 수면 위로 등장한다. 잊을만하면 행동주의를 표방한 투자자들도 나타난다. 언제든 외부의 공세에 시달릴 수 있는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선 삼성전자의 지분 구조부터 변모시켜야 하는데, 이런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계열사는 사실상 삼성물산 한 곳으로 압축된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그룹의 양대 축이 삼성바이오를 지배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도 '언젠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시점이 다가 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삼성바이오의 성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가치 상승과 재원 마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단 평가다. 만약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의 지분이 등가 교환이 가능한 시점이 된다면 그룹의 거버넌스 개편을 위한 선택지는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성공은 이재용 회장의 치적과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2010년 바이오를 그룹의 신수종(新樹種) 사업으로 지목한 이후, 삼성바이오를 본궤도에 안착시킨 것은 오롯이 이재용 회장의 몫으로 평가받는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이 지금의 삼성을 만든 주역이었다면, 이재용 회장이 그리는 다음 세대의 삼성은 스스로 만들어 낸 '바이오'에서 해답을 찾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최대주주 삼성물산, 삼성바이오 인적분할 후광효과
삼성물산-삼성전자 美 바이오社 공동투자 추진
바이오서 존재감 찾는 삼성물산, 그룹 구조개편 역할에 주목
			삼성물산-삼성전자 美 바이오社 공동투자 추진
바이오서 존재감 찾는 삼성물산, 그룹 구조개편 역할에 주목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0월 29일 07:00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