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 시대에 '큰손' 개미들이 쳐다보는 채권은?
입력 25.11.03 07:00
비우량채 잔고 3.9조…하이일드 펀드 공백 메워
비우량채 매수 주체 개인, 운용사, 기타법인 순
온라인은 '알채권', 오프라인은 '장기 국채'로 양분
  • 코스피가 4000선을 넘보는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채권보다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졌지만, 여전히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플러스 알파' 수익을 노린 채권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예금금리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안정적 이자수익과 금리 방향성에 따른 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수단으로 채권 투자에 나서면서다. 

    특히 A+등급 이하 비우량채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주요 매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채권시장에 따르면 28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A+등급 이하 회사채 잔고는 현재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올해 2분기 이후 유사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전체 회사채 잔고가 8조원에서 6조8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했을 때 비우량채 시장에서 꾸준한 투자심리를 엿볼 수 있다.

    실제 올해 들어 비우량채 주요 매수 주체는 개인, 운용사, 기타법인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 비우량채 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담당해 왔던 하이일드 펀드가 분리과세 특례 종료 이후 위축된 가운데, 그 공백을 개인투자자가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채를 통해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천NCC(A-), SK인천석유화학(A+), CJ CGV(A-), SLL중앙(BBB), 두산에너빌리티(BBB+) 등 표면 금리가 높은 기업 채권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업황 둔화나 실적 부진으로 산업적 한계에 직면한 기업임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에 매력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비우량물에 투자하는 셈이다. 

    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비중이 높은 종목일수록 유통시장에서 금리가 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여천NCC 유동성 위기설 등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하자 석유화학 업종들이 장외시장에서 민평(민간채권평가사 평가금리) 금리 대비 오버로 거래되는 등 낮은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채권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비우량채 수요를 지탱하면서 시장 안정성을 일정 부분 보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이일드 펀드의 분리과세 특례 종료에 이어 올해 말에는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도 사라질 예정이다. 제도 변화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비우량채의 새로운 큰손으로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비우량채는 금리 메리트가 크지만, 기업별 업종별로 리스크가 커 유통시장 내 유동성이 막히면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며 "채권시장 전반의 신용 이벤트 발생 여부에 따라 개인들의 투자심리도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 방식에 따라 성향의 차이도 뚜렷하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직접 채권을 매매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개별 채권, 이른바 ‘알채권’을 고르며 비우량채 투자에 적극적인 반면, 오프라인 자산가 고객군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주식시장 강세로 고객들의 관심이 채권보다 주식이나 대체자산에 쏠려 있다"면서도 "예금금리가 낮은 만큼 채권을 통한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수요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센터는 고객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국채나 미국 장기채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리 인하 국면을 겨냥해 원화 장기채나 미 달러 표시 장기채에 투자하며, 금리 하락 시 채권가격 상승 효과를 노리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