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셀프연임'?…외부 등용문 막고 이사회는 물갈이
입력 25.11.03 07:00
이찬진 금감원장, 금융지주 회장 '참호 구축' 우려
임추위 7명 중 6명이 임 회장 취임 이후 합류해
IMM 이탈에 과점주주 비중도 83%→57%로 하락
취임 초기부터 '내부 후보군' 육성…외부 후보 차단
  •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어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보인다. 금융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필요 시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우려를 내비치며, 연임 및 3연임과 관련한 지주회사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과 관련한 '첫' 언급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부 지방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시작됐지만,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금융지주들 또한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단 평가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임 회장의 '참호 구축' 우려가 제기될 수 있어 당국의 눈을 피해가기 어려울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총 7명으로, 차기 회장 선출 권한을 가진 임추위 구성과 같다. 7명의 사외이사 중 윤인섭 이사를 제외한 김춘수·김영훈·이강행·이영섭·이은주·박선영 등 6명이 임 회장 재임 기간 중 이사회에 합류했다. 임 회장의 연임 여부를 회추위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처럼 사외이사 대부분이 임 회장 취임 이후 합류하게 된 건 올해 우리금융 사외이사가 큰 폭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올해 신규 선임 사외이사는 4명으로, 우리금융 임추위에서 추천한 이영섭 이사를 비롯해 김춘수(유진PE 추천), 김영훈(키움 추천), 이강행(한투 추천) 사외이사가 새로 합류했다.

    윤수영·신요환 사외이사는 각각 2022년과 2023년 선임돼 재선임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주·은행 사외이사 겸직 구조 해소를 이유로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이동하게 되면서 지주 이사회에서 빠졌다. 결국 현 임추위 7명 6명이 지난 2023년 임 회장 취임 이후 합류한 인물로 구성된 셈이다.

    이사회에서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비중이 줄어든 점도 '참호 구축'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통상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과점주주들이 이사회에 합류할 경우 목소리를 내면서 경영진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난해 IMM PE가 지분 매각으로 사외이사 추천권을 잃고, 우리금융 임추위에서 신규 후보를 추천하면서 우리금융 사외이사 중 과점주주 비중은 지난해 6명 중 5명(83%)에서 올해 7명 중 4명(57%)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 7명 중 4명(윤인섭·푸본생명, 김춘수·유진PE, 김영훈·키움, 이강행·한투)은 과점주주 추천 이사다. 나머지는 우리금융 임추위에서 추천한 이사로 채워졌다.

    임 회장은 이와 함께 외부 후보군의 회장 선임 가능성도 차단했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취임 직후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 회장후보군에도 이를 적용해 내부후보군을 관리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내부후보군 관리를 명분으로 외부 후보자에 대한 도전을 원천 차단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부후보군을 육성한다고 하면서 외부후보군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배구조 측면에서 임 회장의 이같은 노력과 함께,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관행을 언급하며 초임인 임 회장의 연임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 출범 이후 연임했던 회장이 없었기 때문에 연임 관행을 언급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0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우리금융 출범 이후 연임에 성공했지만, 우리금융 출범 이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체제에서 회장에 오르게 된 만큼 이를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과점주주 추천 이사의 경우 이해관계에 의한 지분 매각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라며 "임추위 7명 중 4명이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이기 때문에 다른 지주에 비해서는 오히려 독립성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부 후보군에 대해서는 경영승계 규정에 따라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게끔 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