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율은 높였지만…생산적 금융 앞두고 '셈법' 분주한 금융지주
입력 25.11.03 14:51
주주환원율 50% 육박 예상…4대금융, 최대 실적 달성
생산적금융 본격화 앞뒀지만 RWA 우려는 '여전'
"추가 완화 필요"…은행권, 제도적 뒷받침 촉구
금감원 TF 가동했지만…자본규제 추가 완화 '난항'
  • 4대 금융지주가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올해 주주환원율이 50%에 근접하며 지난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생산적금융에 따른 기업대출 및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운용의 묘'를 찾기 위한 금융지주들의 셈법은 더욱 분주해지는 모양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5조486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룹 보통주자본(CET1)비율 또한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 말 KB금융 CET1비율은 13.83%로 전분기보다 6bp(1bp=0.01%포인트) 상승했고, 신한금융은 전분기보다 6bp 하락한 13.56%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9bp 하락한 13.3%, 우리금융은 10bp 오른 12.92%를 나타냈다.

    이렇듯 양호한 CET1비율 지표를 바탕으로 금융지주들의 올해 총주주환원율은 지난해 대비 큰 폭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예상 주주환원율은 49%로, 지난해(39.8%) 대비 약 10%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의 올해 총주주환원율 예상치는 46%로 전년(39.6%)대비 약 10%포인트 가량 오를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올해 주주환원율을 2027년까지 달성 목표로 잡았던 50%를 조기 달성할 예상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38%다.

    우리금융 또한 보험사 5800억원 규모의 염가매수차익을 총주주환원율에 포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해(34.7%) 대비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율 달성이 예상된다. 

    아울러 내년까지 달성하기로 했던 CET1비율 13% 목표치를 연내 조기 달성할 수 있도록 이사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CET1비율 12.5~13% 구간에서 총주주환원율을 35~40%로 관리하고, 13% 초과 시 40~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환율 상승 등의 우려에도 주주환원 여력인 CET1비율이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생산적금융으로 RW(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 및 투자 집행 등을 앞둔 금융지주들은 자본비율 관리 과제를 놓고 '운용의 묘'를 짜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금융지주들의 고민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4분기에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높은 환율 및 LTV 과징금, 계절적 영향으로 인한 손익 감소, 생산적금융 본격적인 집행에 따른 RWA 증가 영향 등이 겹쳐질 것으로 예상돼 특히 자본비율 관리 난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매년 약 20조원의 자본을 투입하게 되면 전반적인 RWA는 연간 12조원정도 상승하고, CET1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50bp정도로 가정된다"라며 "매년 가계·기업대출 동반성장으로 인한 상쇄효과를 반영하면 약 20bp 내외의 보통주 비율 하락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부분들을 어떤 식으로 보완해 나갈지 여부가 주어진 숙제인데, 점차 RoRWA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더 증가할 것 같다"라며 "고환율 상황을 기본으로 CET1비율을 관리하는 것이 보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규제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가계는 크게 증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기업대출이 성장의 중심으로 들어갈텐데 기존에도 상대적으로 자원배분을 많이 하고 있었다"라며 "4분기가 되면 계절적으로 손익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지금보단 떨어지겠지만, 연간으로 말씀드렸던 13.1%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관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생산적금융 집행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금융위가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자본비율 부담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 발표 이후에도 추가적인 자본규제 완화를 발굴해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은행권에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논의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은행권 한 실무 관계자는 "처음에는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 줄 것이란 얘기가 많았지만 사실상 지금은 관련한 내용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라며 "기업대출이나 투자 쪽에서 명확한 RWA 완화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나오는 내용만으로는 개선효과가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구체적인 생산적금융 규모를 발표하고 있지 않은 KB·신한금융 또한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RWA 부담이 큰 기업대출 및 투자 집행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에서 생산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자본규제 완화를 적극 논의했던 안창국 전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이 최근 금융위 상임위원으로 승진하면서 관련 컨트롤타워가 부재, 추진동력 또한 다소 약해진 상황이란 평가다.

    업계 전반에서 추가적인 자본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최근 금감원이 TF를 구성해 주관부서를 비롯한 여러 부서와 함께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지만, 금융위가 주도하는 사안인 만큼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은행권에서는 기업대출에 대한 RW 완화를 우선적인 과제로 보고 있다. 이번 금융위 추진과제에서도 주식 보유 관련 RW 완화는 다뤄졌지만, 기업대출에 대한 RW 완화는 거론되지 않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은행들이 내부모형으로 RW를 정하고 있고, 바젤 기준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하향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그럼에도 여러 방안들을 논의하고는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