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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최근 APEC 정상회의 행사장에서도 미국 백악관 대변인과 IMF 총재 등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 부스를 방문하며 주목을 끌었다. 이 같은 글로벌 관심은 K뷰티 기업들의 몸값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은 단순한 브랜드 인수(볼트온)에서 벗어나 ‘해외 유통망 확보’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이미 제조 역량과 마케팅 경쟁력은 일정 수준에 오른 만큼, 이제는 ‘어떤 유통 채널에 올라타느냐’가 매출 성장의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미용기기 업체 클래시스는 남미 최대 의료기기 유통사인 JL헬스(JL Health)를 인수했다.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콜롬비아 등 주요 남미 시장에 자회사를 둔 기업이다. 협상 과정에서 기업가치 기준 약 3000억원이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1000억원에 지분 77.5%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클래시스는 현지 유통망을 직접 내재화하며 남미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 사례는 K뷰티의 성장공식이 ‘브랜드 볼트온(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장)’에서 ‘유통망 내재화’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클래시스만 하더라도 브라질 유통망 확보는 마케팅 전략의 변화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가 유통망을 보유함에 따라 브랜드별 판매 전략을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국내 시장만큼 경쟁이 치열하진 않은 해외 시장에서 중장기적 마케팅 전략을 가져갈 수 있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통망 확보는 상품의 가격과 판매 방식을 자사 전략에 맞춰서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라며 "해외에선 유통회사가 브랜드 마케팅도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해외에서도 중장기 마케팅 전략을 수행 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간 브랜드 볼트온에 집중한 구다이글로벌도 유통망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2019년 ‘조선미녀’ 인수를 시작으로 티르티르, 라카코스메틱, 크레이버코퍼레이션, 서린컴퍼니, 스킨푸드 등을 잇달아 사들이며 몸집을 키웠다.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며, 목표 기업가치는 10조원에 달한다.
이같은 브랜드 볼트온 전략은 외형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동일한 OEM업체(한국콜마 등)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상 브랜드 간 차별화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구다이글로벌도 브랜드 인수과정에서 해외 유통망 확보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PEF들은 이제 생산이 아닌 공급망과 유통 채널 확보를 새로운 가치 창출의 축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KKR이 약 7330억원에 인수한 삼화는 화장품 ‘용기(패키징)’ 업체로, 단순 미용 브랜드보다 산업 내 공급망을 장악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OEM 구조 아래에선 브랜드별 마케팅 차별화가 어렵다”며 “공급망이나 유통망을 가진 기업이 오히려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인지도는 낮았지만 일본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은 티르티르의 성공은 유통망 전략의 중요성을 입증했단 평가다. 일본 주요 드러그스토어 체인에 입점한 후 입소문을 타고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압도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티르티르의 성공은 결국 유통망이 브랜드 가치의 핵심임을 보여준다”며 “K뷰티 밸류에이션은 이제 국내보다는 해외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PEF들이 K뷰티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기존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 및 유통 네트워크 활용 가능성 때문이다. 베인캐피탈, CVC캐피탈 등은 자사 글로벌 네트워크 및 M&A 노하우를 통해 브랜드의 해외 유통을 확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지만,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하면 브랜드 확장이 가능하다”며 “K뷰티의 경쟁력은 이제 ‘제품력’이 아니라 ‘채널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인캐피탈 보유한 클래시스
남미 최대 유통망 회사 JL헬스 인수
K뷰티 생산·마케팅 포화 속
PEF, ‘브랜드 인수’ 전략에서
‘글로벌 유통망 내재화’로 승부수
			남미 최대 유통망 회사 JL헬스 인수
K뷰티 생산·마케팅 포화 속
PEF, ‘브랜드 인수’ 전략에서
‘글로벌 유통망 내재화’로 승부수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