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전망에 들썩한 에이피알, 높은 메디큐브 의존도에 내년은 걱정
입력 25.11.04 07:00
3분기 호실적 전망·MSCI 한국지수 편입 기대 긍정적
메디큐브 단일브랜드 리스크에 내년 하락 우려도
  • K뷰티 대장주로 올라선 에이피알이 3분기 실적 기대감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의 구매 인증 등 인기를 증명하며 주가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메디큐브' 원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년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에이피알은 지난 8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K뷰티 시가총액 1위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11월 6일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증권가는 연이어 호실적을 점치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3분기 매출은 3709억원, 영업이익은 859억원으로 전망된다. 1·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분기별 매출이 3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매출은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증권가의 최선호주로 꼽히는 것은 물론, 업계에서도 지금 제일 잘하는 브랜드로 첫손에 꼽고 있다. 

    추가적인 수급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11월 MSCI 한국지수 편입 가능성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동행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호재를 더했다. 레빗 대변인이 ▲에이피알(APR) 메디큐브 제로모공패드 ▲메디큐브 PDRN 톤업선크림 등을 구매한 사진을 SNS에 올린 후 30일 에이피알은 전 거래일 대비 6.07% 상승한 25만3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에이피알이 '지금' 잘 나가는 브랜드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다. 문제는 브랜드 파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브랜드의 유행주기는 빠르게 바뀌는 경향이 큰데, 화장품은 그 기간이 더 짧다는 것이다. 특히 에이피알의 화장품 라인업이 사실상 메디큐브 원브랜드라는 점은 취약점으로 꼽힌다. 메디큐브 에이지알 등 뷰티 디바이스 부문을 확대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화장품 66%, 뷰티디바이스 30.5%로 두배 넘게 차이난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브랜드 라이프사이클이 1~2년 주기로 빠르게 변화하는데 그 중에서도 화장품은 더 빠른 편"이라면서 "작년에 가장 '핫'했던 코스알엑스 등 브랜드들이 올해는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새로운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는데 메디큐브도 올해를 고점으로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K뷰티 흐름 속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단연 에이피알과 구다이글로벌이다. 그러나 두 회사의 화장품 전략은 반대 방향으로 향해 있다. 에이피알이 메디큐브의 볼륨을 키우는 전략이라면 구다이글로벌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조선미녀, 티르티르, 스킨1004 등 산하에 여러 브랜드를 두고 있는 구다이글로벌보다 에이피알의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증권사의 한 화장품 연구원은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도 코스맥스 등 ODM사들이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와의 제품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지금 잘 나가고 있는 건 맞지만 단일 브랜드의 매출액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피알의 성공 비결로는 아마존·틱톡샵 등 시기마다 발빠른 유통채널 선택과 과감한 마케팅비 집행 등이 꼽힌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에이피알은 광고비로 993억원, 판매수수료로 830억원을 집행했다. 업계에선 신호가 오는 곳에 마케팅비를 크게 투자하는 회사로 바라본다. 아직까진 유리한 입장이지만, 이제 경쟁이 너무 치열해진 시장에 차별화와 수익성이 과제라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