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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코스닥 공모주들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 11월 한 달 동안 수요예측을 앞둔 기업만 스팩(SPAC)을 포함해 22곳에 달한다.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 전반이 활황을 보이고 공모시장 분위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운용업계는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증시 자금이 코스피 중심으로 쏠리면서 코스닥 공모주에는 상대적으로 유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월 수요예측 예정 기업은 스팩 7곳을 포함해 총 22곳이다. 연말에 공모 일정이 집중되는 현상은 매년 반복되지만, 올해는 7월부터 시행된 IPO 제도 개편이 일정 몰림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빽빽하게 짜인 공모 일정 속에서 이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몰리며, 골고루 관심이 분산되기 보다는 성장성뿐 아니라 재무 구조와 기업 가치가 탄탄한 회사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증권업계서는 의무 락업 비율(30%)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반기 락업을 강화하는 새 규정이 적용된 후 1~2개월간 서로 눈치를 보느라 일정을 4분기로 미룬 게 결국 독이 된 것 같다"며 "새 규정으로 인해 기관들이 '공모주 상장일 매도 후 새 공모주 청약' 전략이 불가능해지며 수요예측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부터는 락업 비율 30%를 채우지 못할 경우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를 직접 보유해야 하는 제도 개선안도 적용됐다. 내년부터는 의무 비율이 40%로 상향된다.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7월부터 일부 증권사들이 첫 사례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미루면서 공백기가 발생했다. 새로운 제도를 적용받은 S2W, 대한조선, 명인제약이 락업비율 40%를 훌쩍 넘겼지만, 11월 공모주가 급증하면서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20곳이 넘는 기업이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라 일부는 락업 비율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며 "이제 제도 개선의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락업 비율뿐 아니라 증시 랠리 자체도 공모시장에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시와 공모시장 흐름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까닭이다. 특히 올해 들어 코스피는 약 70% 상승했지만 코스닥은 33% 오르는 데 그치며, 남은 상장 예정 기업들이 모두 코스닥 종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투자자 관심이 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활황으로 인해 개인투자자 자금이 공모주보다는 일반 주식 운용으로 더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 매매가 늘면서, 큰 규모의 증거금을 내고 소량의 주식을 배정받는 공모주 청약에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모시장이 활기를 띠는 시점은 대형 '대어급' IPO가 있을 때라는 점에서, 11월 공모주 일정이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지나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증시가 좋고 하반기 공모시장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공모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덜한 상황'이라며 "대형 딜이 등장해야 관심이 집중되는데, 현재는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흐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들도 공모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시장을 좀 더 관망하는 태도다. 올해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본격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시작된 만큼, 내년 코스닥 시장의 추가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다. 벤처캐피탈(VC) 업계 역시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확대로 급등했다가 꺾인 투자 사이클이 이제야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상장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VC나 정책 자금 회수가 지연된 상황이지만, 최근 다시 유동성이 공급되기 시작했다"며 "내년에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공모시장도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공모주 투자 비중은 내년부터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월에만 수요예측 22곳…IPO 제도 개선 여파에 일정 '빽빽'
코스피 자금 쏠림 속 코스닥 IPO 러시…락업 미충족 우려하는 증권가
"증시 랠리에 오히려 공모주 관심 시들"…내년 낙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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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0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