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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시세조종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카카오의 경영 시계는 여전히 멈춰 있다. 검찰의 항소로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룹 내부에서는 투자·M&A·인사 등 주요 의사결정은 신중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검찰 측에서도 부담이 높아지면서, 2심을 앞두고 대응에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가 전해지며 여전히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카카오 그룹 안팎에서는 여전히 긴장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검찰이 항소를 결정하면서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그룹의 경영 시계도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정중동’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조종한 혐의와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의 항소로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남부지검은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 등의 사유가 있다”며 “카카오가 SM엔터 인수를 위해 시세 고정 등 불법을 동원해 하이브의 합법적인 공개매수를 방해했고, 주가 상승을 기대한 다수의 선량한 일반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불법 시세조종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달 21일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항소 기한(7일)의 마지막 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통상 항소 기한 하루나 이틀 전에 항소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사건을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죄 선고 당시 카카오 주가는 일시적으로 반등했고, 챗GPT 기반 AI 사업 기대감도 겹치며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듯했지만, 그룹 경영 판단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최근 카카오톡 친구 탭 개편, 광고 노출 강화 등으로 여론 비판이 이어진 상황에서 오너 사법 리스크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핵심 투자 기능 역시 멈춰 있다. SM엔터 인수전을 총괄했던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을 포함해 투자·M&A 조직은 사실상 컨트롤타워 부재 상태다. 이에 카카오의 주요 투자·M&A 전략도 현실적으로 중단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 전 총괄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현재 공식 복귀는 어려운 상황이다. 복귀가 성사될 경우 카카오인베스트먼트나 그룹 중추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 전 투자총괄을 포함한 관련 인물들의 향후 행보는 결국 김범수 전 창업자의 의중이 중요할 텐데, 2심까지 지나고 봐야 할 것”이라며 “아직 2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카카오도) 일단 여러 면에서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SM엔터 인수 이후 카카오가 추진해온 대형 M&A는 사실상 중단됐다. 카카오엔터 매각설, 카카오모빌리티 FI 엑시트 논의 등 굵직한 이슈가 불거졌지만 모두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보류돼 있다. 카카오엔터는 공식적으로 매각을 부인했으며,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협상이 지연되며 잠재 투자자들이 인수 추진을 잠정 중단한 상태로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국정감사에서 ‘배회 영업 수수료’ 논란까지 불거지며 외부 리스크도 여전하다.
1심 재판부는 김 창업자와 배 전 총괄 등 카카오 측의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는데, 이러한 점이 판결문에서 드러났다는 평이다. 특히 검찰의 핵심 증거였던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에 대해 “별건 수사 압박 속에 기존 입장을 번복해 공소사실에 유리한 진술을 했다”며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검찰 수사 방식을 ‘별건 수사’로 지적하는 등 단호한 태도를 보인 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검찰은 2심을 앞두고 상당히 공격적으로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며 “1심에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단호한 판단을 내린 만큼,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될 경우 검찰의 부담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가 검찰개혁 입법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 속에서, 이번 사건은 검찰의 체면이 걸린 ‘자존심 싸움’이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M 인수전 후 핵심 투자 라인 공백…배재현 복귀 여부 주목
검찰 '자존심 건 싸움'된 재판…2심 앞두고 총력 대응 분위기
검찰 '자존심 건 싸움'된 재판…2심 앞두고 총력 대응 분위기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