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코플랜트가 재무적 투자자(FI)에 약속한 상장(IPO) 기한을 연장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 중인데 최근 인공지능(AI) 밸류체인 내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증시에서 이런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FI를 대상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4000억원)와 전환우선주(CPS, 6000억원)를 발행했다. CPS 투자자에 대해선 4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상장 불발 시 SK그룹이 FI 지분을 되사주거나, FI에 대한 우선배당률을 높여줘야 한다. 배당률은 첫 해 5%고, 매년 3%포인트씩 올라간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이후 친환경 사업에 집중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재무비율이 악화하며 상장 전략(에쿼티 스토리)을 짜기 더 어려워졌고, 지난해 다시 반도체 종합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SK에코플랜트로선 내년 7월까진 증시에 입성해야 FI 지분 매입이나 배당률 증가 부담을 던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에쿼티 스토리가 바뀌고 사업 모델이 급격히 달라진 터라 기한 내 상장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결국 SK하이닉스에 기댄 건설사라는 평가도 벗어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 짠 상장 스토리를 제대로 펼 시간이 필요하다. SK에코플랜트는 작년 그룹에서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를 받아왔고 내달 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편입을 앞두고 있다. 한 두해는 지나야 이들 기업의 실적이 온전히 반영되고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외 증시는 AI 투자 열기로 뜨겁다. AI 관련주의 단기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이견이 없다. AI 데이터센터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물론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시장 흐름에 따라 내년 설비투자를 크게 늘릴 전망이다. 시장 수요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현재의 생산역량을 감안하면 증설은 불가피하다.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 관련 설계·조달·시공(EPC)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전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이 SK에코플랜트의 새 수장으로 선임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이 본격화하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도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선조립 철골+철근 콘크리트(PSRC) 공법을 활용해 공기를 단축하는 한편, AI 데이터센터의 발열 관리와 에너지 효율화 전반에도 관여한다. SK그룹이 한국 AI 산업을 선도하면 함께 경험을 쌓은 SK에코플랜트의 가치도 올라가게 된다.
SK에코플랜트는 FI에 대해 상장 기한을 2년가량 늘려달라 요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관련 산업이 태동기라 시행착오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반도체 소재 사업의 실적 반영, SK하이닉스 발 공사 일감 증가, AI 데이터센터 경험 축적까지 감안하면 보다 여유를 갖고 상장을 준비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FI도 부정적이지 않은 분위기로 전해진다. 이미 환경사업에서 반도체 총합 기업으로 전략을 바꾸는 데 뜻을 같이 했고, 그간 사모았던 환경기업을 매각하는 데도 동의했다. 한 두해만 지나면 보다 나은 스토리가 나올 가능성이 큰데 반드시 시한 내 상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상장 기한 연장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사모투자집합기구를 통해 참여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자금 조기 회수를 바라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최근 증시가 호황이다 보니 개인 입장에선 자금이 1~2년 더 묶이는 것보다 시장에서 투자처를 찾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새 사장이 온 후 조직 정비에 분주한 터라 기한 연장 논의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이제 막 반도체 사업으로 튼 상태라 실제 효과를 거두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고 상장을 무리해서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회사 측에서 FI에 2년 정도 상장 시한을 늦춰줄 수 있느냐 요청을 했었는데 일부 투자자들은 발을 빼길 희망하는 분위기라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 측은 "투자자들과 다양한 옵션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2022년 FI 유치하며 4년 안에 상장 약속
건설→환경→반도체, 사업 모델 계속 변동
반도체 회사 편입, SK하이닉스 후광 기대
증시 주목하는 AI DC 분야서도 성과 예상
에쿼티 스토리 갖출 때까지 시간 더 필요
건설→환경→반도체, 사업 모델 계속 변동
반도체 회사 편입, SK하이닉스 후광 기대
증시 주목하는 AI DC 분야서도 성과 예상
에쿼티 스토리 갖출 때까지 시간 더 필요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