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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생산적 금융' 기조 아래 은행권의 기업투자 확대를 독려하면서, 중소형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선 자금 경색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은행들이 직접 펀드를 결성하거나 국민성장펀드 등 대형 정책펀드에 대규모 출자를 추진하면서, 기존에 VC가 확보하던 기관투자자(LP) 자금이 대형 펀드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에선 최근 기업투자형 펀드나 프로젝트성 펀드 결성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은행은 '국민성장펀드' 출자를 포함해 생산적 금융의 성과를 조기에 보여주기 위한 투자처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 펀드 투자를 하던 건들을 생산적금융으로 전환해 카운팅 할 수 있도록 하거나, 현재 모집하는 펀드가 있다면 규모를 좀 더 키우는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적금융으로 시중은행의 자금이 풀리면 벤처투자 시장 전체 자금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중소형 VC 입장에선 상황이 정반대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이 예전처럼 소규모 벤처펀드의 LP로 참여하기보다 직접 펀드를 만들거나 정부 주도 펀드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간자금을 출자하던 은행이 앵커로 가게 되면 민간자금 매칭이 어려워지면서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형사들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일부 VC는 운용사(GP)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대형사 일부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연기금이나 공제회, 대기업 등 다른 LP풀이 많기 때문에 민간자금 조달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펀드 규모가 큰 만큼 매칭자금도 늘어나기 때문에 영향권 밖에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돈을 들고 있는 은행들이 자체 펀드를 결성하거나 규모가 큰 국민성장펀드 쪽으로 자금을 출자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형 캐피탈들이 LP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VC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형 펀드에 위험가중치(RW) 완화(현행 400%에서 100%로 완화)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의 주요 반대논리였던 만큼 금융당국의 RW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생산적금융에서 투자 부문에 배정된 금액이 예년 대비 적지 않은 규모인 만큼 관련 펀드에 출자할 경우 중소형 VC 펀드에 출자할 여력은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RW를 완화하게 되면 위험가중자산으로 잡히는 자산이 줄어들면서 부담을 덜게 되겠지만, 생산적금융에서 투자를 산정해 놓은 금액 자체가 일반적인 경우 대비 굉장히 크다 보니 중하위 펀드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 자금, 정책펀드로 쏠리나…중소형 VC '돈맥경화' 우려
대형 VC도 예외 아냐…커지는 미스매칭 부담
VC업계, RW 완화 기대감 크지만…은행권 "여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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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