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적기시정조치 후폭풍…증자 압박에 M&A 어려움 가중
입력 25.11.12 07:00
퇴직연금 대규모 유출·발행시장 냉각 '위기'
당국 유상증자 요구에…M&A '일시정지' 우려
11일 임시이사회 개최 후 행정소송 제기할 듯
  • 롯데손해보험에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되면서 사업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퇴직연금 등 회사의 영업 기반에 타격이 예상되는 데다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 중단으로 발행시장이 얼어붙었다. 금융당국이 '유상증자'를 요구하는 만큼 실사 단계였던 인수·합병(M&A)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손보는 앞서 진행한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적정했는지를 두고 금융당국과 소송전을 시작할 전망이다. 적기시정조치의 주요 근거였던 비계량적 평가가 적정했는지에 대해 법적 판단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11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고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에 대한 행정소송을 논의할 예정이다.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 등 투트랙으로 대응하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는 이르면 이날 이사회 직후 소장을 접수할 전망이다. 소송 대리인은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효력 정지 가처분 판단에 2~3주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내 결과를 받아볼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금융당국이 롯데손보에 적기시정조치를 취하면서 '비계량평가'를 근거로 삼은 점이 타당했는지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말~올해 초까지 진행한 경영실태평가(경평)에서 자본적정성에 4등급을 부여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경평 결과를 바탕으로 롯데손보에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롯데손보는 사업기반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경영개선권고를 받더라도 보험료 납입 및 보험금 지급, 신규계약 체결 등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업계 안팎의 신용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회사의 자산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6조6000억원이다. 이중 올해 말 만기가 도래하는 계약은 약 3조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45%에 달한다.

    당장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타격은 불가피하다. 고금리 상품을 통해 이탈을 방지하고 신규 계약을 늘리거나, 보유한 채권 등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마진 축소, 채권 매각 과정에서의 손실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발행시장에서는 이미 부정적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적기시정조치에 따라 롯데손보는 지난 2021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460억원에 대해 이자를 지급할 수 없게 됐다. 지난 5월에는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인 상황이다. 2026~2027년 콜옵션이 도래하는 후순위채 규모만 1860억원에 달하는데, 앞으로 자본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도 우려된다. 한신평은 지난 7일 롯데손보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하향검토'로 변경했다. 이날 한국기업평가도 롯데손보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등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에서 '부정적 검토'로 낮췄다.

    한기평은 "평판 저하로 신규영업 위축이 불가피하며 보유계약 해지 증가가 동반되며 보험 관련 현금 순유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기시정조치에 따른 사업 및 재무지표의 저하가 가시화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하는 가운데 인수의향서 제출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원하는 건 유상증자인데 딜이 진행 중인 이상 추가 자금 투입은 매각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어렵게 찾은 매수자를 놓칠 수도 있으니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