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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부재 시절, 사실상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TF 수장이었던 정현호 부회장은 뒷선으로 물러났고 임시조직이던 TF는 상설조직인 '실(室)'로 격상이 됐다.
사업지원실의 역할론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박학규 사장이 수장이 됐지만 정 부회장의 퇴진으로 '급'은 되레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 문제 삼는 것처럼 향후 사업지원실의 영역이 삼성전자에 국한될 것인지, 그룹 전체를 관할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경영진 인사 이후 전자와 그룹이 어디에 어떻게 힘을 실을 것인가를 보고 유추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잔존하는 동안 그룹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앞단에 서있었지만 사업'지연'TF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무통 중심의 빡빡함은 그룹 내부에서도 불만이 자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제때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하면서 사업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에도 직접적인 관여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다.
사업지원TF 존속에 변화가 생긴 것은 역시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종지부를 찍으면서다. 삼성전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손을 봐야할 때가 된 것이다. 이 때부터 '제 2의 미전실' 필요성이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경영진단실의 미래전략실 역할 수행 가능성에 대해 "인적·물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진단실은 삼성전자 외부 조직으로서 컨설팅을 하는 데 있어 전문성 및 내부 사업 파악 부족 등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상설화한 사업지원실에 경영진단실이 팀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미전실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물론 삼성전자는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하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은 상태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사업지원실의 역할로 모인다. 전자만 지원하게 될지, 그룹까지 관할하게 될지가 핵심이다.
사업지원실장인 박학규 사장을 필두로 최윤호 경영진단실장 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으로, 주창훈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으로 선임됐다. 문희동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People) 팀장직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의 곳간을 책임지는 이는 박학규 사장 후임으로 2024년 12월 인사때 CFO로 선임된 박순철 부사장이다. 현재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경영지원실은 삼성전자 전체를, 각 부문별 경영지원실은 각 부문의 재무를 담당한다고는 실상 사업지원TF장이 CFO 역할을 했다고 해도 무방한데 사업지원실과 경영지원실의 역할이 애매한 상황에서 재무라인의 교통 정리가 어떻게 될지가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부사장인 박순철 CFO가 사장으로 승진한다 치더라도 박학규 사장의 후임이다보니 현 상황에선 무게추가 사업지원실로 넘어가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핵심 인력풀이 더 이상 크지 않음을 드러냈단 지적도 나온다. 사업지원TF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사실상 미래전략실의 후신인데 계속 돌려막기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빗대서다.
실제로 최근까지 사업지원TF에 몸담고 있던 인력들은 사업지원실로 고스란히 이동했다. 박학규 사장 예하 10명의 부사장급 인사들은 사업지원실 전략팀(6명), 피플팀(1명), 경영진단팀(1명)으로 이동했다. 아직 팀장급 인선이 발표되지 않은 M&A팀에도 부사장급 임원 2명이 배치됐다. 조직 핵심인 박학규 실장, 최윤호 전략팀장, 주창훈 경영진단팀장, 최광보 부사장 등은 모두 과거 미래전략실에 몸 담았던 임원들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나 미전실이 그룹 인사의 큰 풀이었지만 이제는 '그 나물의 그 밥'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지속적인 돌려막기식 인사가 이뤄지다보니 그룹의 인력풀, 특히나 재무인력풀이 작아졌고 한계에 직면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지원실과 각 사업부문이 어떤 관계로 설정될지도 주목된다. 특히나 전영현 부회장이 맡고 있는 DS부문이 핵심이다. DS부문은 지금의 호기를 이어가 다시 반도체 시장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한다. 이 때 사업지원실이 DS부문에 어느 수준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할지, 이를 위해 나머지 그룹 전체의 비용 통제를 실행할지 관심이다.
첫삽을 제대로 뜨지도 않은 시점에서 사업지원실의 역할론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미전실 해체 후 사업지원TF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옥상옥(屋上屋) 조직이 될지, 삼성그룹의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사안이다.
확실해 보이는 것은 하나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 그립감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젠슨 황, 이재용, 정의선 회장의 삼자 치맥회동 이후 이 회장은 경영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전면에 나서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탈 반도체 슈퍼사이클, 그리고 일련의 조직개편과 경영진 인사는 말 그대로 취임 3년만에 진짜 이재용 회장의 경영이 시작됨을 보여주는 상징성을 띠게 됐다. 일등주의 DNA를 되찾을지, 보신주의의 덫에 걸릴지 그 결과는 이재용 회장이 짊어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업지원TF, 실(室)로 격상…컨트롤타워 재건에 무게
전략·경영진단·인사·M&A 팀으로 구성
박학규 사장 초대 실장, 부사장급 인력 고스란히 이동
미전실 출신 핵심임원들 사업지원실 요직에 배치
CFO 조직인 경영지원실과 관계 정립 필요할 듯
전략·경영진단·인사·M&A 팀으로 구성
박학규 사장 초대 실장, 부사장급 인력 고스란히 이동
미전실 출신 핵심임원들 사업지원실 요직에 배치
CFO 조직인 경영지원실과 관계 정립 필요할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