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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低)금리로 인한 넘치는 유동성과 구조적인 저(低)유가, 반도체를 위시한 인공지능(AI) 투자 수혜까지 생각하면 증시 랠리가 조금 더 이어질 거라고는 봅니다. 다만 딱 하나 환율이 걸립니다. 외국인 투자심리가 환율에만 좌우되는 건 아니지만,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안정화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대표)
40년만의 '3저(低) 호황' 가능성이 내년 증시 전망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3저 호황은 연초 대비 이미 80% 가까이 오른 코스피 지수가 내년에도 랠리를 이어갈 것이냐, 아니면 박스권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냐를 가를 논리라는 점에서 개인에게도, 기관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내년 저유가와 저금리 장세가 펼쳐질 거라는 데 큰 이견은 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저(低)달러 여부다. 이달 초 외국인 투매로 인한 증시 급락 역시 일시적인 달러 유동성 경색에 따른 강(强)달러가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달러의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안정화됐음에도 불구, 원달러 환율은 치솟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12일 원달러환율은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장중 한때 1달러당 1470원선을 넘어섰다. 전날 1663.50원으로 7개월만에 1460원선을 돌파한 뒤, 하락세로 시작했다가 상승 반전한 것이다. 11일 이번달 들어 처음으로 코스피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들은 12일 다시 매물을 쏟아내며 전날 장중 100포인트 이상 오르며 4200선 수복을 눈 앞에 뒀던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매물에 4100선에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전 장중 달러인덱스는 99.3 수준으로 전일 대비 하락세였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오르며 원화 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증시와 환율은 반비례 관계를 띈다. 원화 약세는 환차손 위험을 키워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까닭이다.
당장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는 '3저 호황' 가능성에 열광했다. 에너지 수급처 변화와 미국의 증산으로 인해 '저유가'는 구조적으로 고착화됐고, 미국을 위시해 주요국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낮추며 유동성이 늘어나는 '저금리' 환경이 펼쳐졌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긴축(QT) 종료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저달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던 까닭이다.
실제 '3저 호황'이 펼쳐진 1985년부터 1989년은 한국 최대의 호황기로 기억된다. 1981년 배럴당 35달러를 넘어서던 국제유가가 1986년 15달러선까지 떨어지고 평균 국채 금리는 23%에서 11%까지 내려왔다. 한국은 1986년부터 3년간 연평균 12%씩 성장했다. 1985년 9월 130선이었던 코스피는 1989년 4월 8배 가까이 오르며 1000선을 돌파했다.
KB증권은 이 같은 환경을 논거로 장기 강세장 시나리오 전개시 코스피 지수가 75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비슷한 논리로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5000으로 제시했다. 달러인덱스는 93~98로 현 수준보다 5% 가량 하락하고, 원달러환율 역시 1300원대 중후반 수준에서 안정화한다는 전망 하에 나온 수치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반도체 호황으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기존의 1%대 중후반에서 2% 초중반까지 오를 거라는 게 중론인데, 최근 환율의 흐름은 다소 전망과 어긋나있다"며 "한국에 시스템적 리스크가 없다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넘진 않겠지만, 매크로 환경이 조금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개된 달러 강세는 미국 정부 중단(셧다운)에 따른 단기적 달러 유동성 경색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10월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급 유동성 공급 창구인 SRF(스탠딩 레포 기구) 이용액이 503억달러(약 73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단기 지표금리인 SOFR 역시 4.31%까지 치솟기도 했다. 11일 셧다운 종료를 위한 임시예산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며 달러 경색 우려는 줄어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원화 약세는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환율 흐름을 두고 해석은 분분하다. 연초 이후 국내 통화량(M2) 증가율이 6%대로, 미국의 3%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원화가 시중에 더 많이 풀렸으니 달러화 대비 가치가 낮아질 유인이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무역협상 합의로 연 2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는 점 역시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및 정부는 외환시장에 '중립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심리적 경계감은 상당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발 원화 약세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0월 200억위안(약 4조원) 규모의 국채를 매입했다. 올해 들어 첫 국채 매입이며, 경기 둔화 속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체) 통화로 밀접한 관련을 띄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에 따른 위안화 약세를 예상한 해외 자금이 원화에도 매도세를 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원화 약세 위기감을 제외하면 국내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라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약 289조원으로, 올해 215조원 대비 30%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수치는 다소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증권사 리서치들이 20~30%의 순이익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3분기 들어 반도체 호황 싸이클이 본격화되며 순이익 전망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 되고 있다.
다른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12월 미국 기준금리 25bp 인하 확률은 90%에서 60%로 내려왔지만, 오히려 내년 1월 50bp '빅컷' 확률은 25%가량 반영되고 있다"며 "저유가와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만 안정화된다면 반도체 등 외국인 선호 주도주 중심 랠리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환율 11일 1460원 돌파...외국인 투자심리 위축
저유가, 저금리 전망 이견 없는데...환율이 증시 리스크
'美 정부 셧다운' 해결 가시화됐는데도 환율 급등
환율 리스크 빼면 증시 낙관 분위기...코스피 순익 증가
저유가, 저금리 전망 이견 없는데...환율이 증시 리스크
'美 정부 셧다운' 해결 가시화됐는데도 환율 급등
환율 리스크 빼면 증시 낙관 분위기...코스피 순익 증가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12일 10: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