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CEO 인사 시즌 앞둔 자산운용사..."ETF 실적이 곧 살생부"
입력 25.11.13 07:00
ETF 시장 300조 육박…'ETF 성적표'가 운용사 CEO 인사 최대 변수
'양강' 삼성·미래 지위 공고화 속 중위권 하우스 시장 점유율 각축전
"운용사 최대 격전지 된 ETF…운용 철학·비전이 대표 새 리더십 기준"
  • 연말 금융사 대표이사(CEO) 인사 시즌을 앞두고 자산운용업계의 시선이 'ETF 성적표'로 쏠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증시 호조 속에서 국내 ETF 시장이 300조원 규모에 다다르며, 자산운용사의 경쟁력 잣대가 단순한 수익성뿐 아니라 ETF 운용 성과와 점유율로 옮겨가는 추세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전체 순자산은 277조7287억원(10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171조8981억원)보다 60% 이상 늘었다. 삼성자산운용(106조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90조원)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며 양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 3~7위권 하우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현재 연임 이슈가 있는 대표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대표, 김기현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다. 이 중 김영성·조재민 대표는 올해 말, 배재규·김종호·김기현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각각 만료될 예정이다.

    반면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임기 만료까지 시간이 남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이미 연임이 확정됐다.

    우선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2022년 ETF 브랜드를 'KINDEX'(킨덱스)에서 'ACE'(에이스)로 전면 교체한 뒤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취임 직후 3조원대였던 ETF 순자산은 현재 22조원대로 확대됐다. 금·미국 기술주 테마 ETF가 성장의 핵심이었다. 특히 'ACE KRX금현물' ETF는 올해에만 2조원 가까이 순자산이 늘었고, 'ACE 미국10년국채액티브' 등도 안정적 수익률로 개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다. 다만 채권·금융상품 편중이 심화되며 섹터 다변화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ETF 브랜드를 'KBSTAR'에서 'RISE'로 리브랜딩하고, 운용·상품·마케팅을 통합한 ETF사업본부를 신설했다. 'RISE 머니마켓액티브', 'RISE 200위클리커버드콜' 등 신상품이 잇달아 흥행하며 상반기 영업이익 988억원, 순이익 7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29%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다만 ETF 점유율은 연초 7.69%에서 현재 7.67%로 정체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 3위 자리를 내줬고, 점유율 격차는 약 0.5%포인트 수준이다. 수익성 개선세는 뚜렷했지만, 시장 점유율 확대는 제한적이었다. 그룹 차원에서 어디에 방점을 둘지가 연말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신한자산운용은 ETF 시장 후발주자였으나, 'SOL' 브랜드가 4년 만에 업계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조재민 대표 취임 전인 2021년 말 6000억원에 불과했던 ETF 순자산은 이달 초 기준 11조원대 중반으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SOL 조선TOP3플러스',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등 테마형 상품이 흥행하며 점유율은 4.2% 수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테마형 중심 구조인 만큼 대내외 경제 변동성 리스크가 존재하고, 전통자산 대비 대체자산과 AI·가상자산 관련 전략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업계 평가가 뒤따른다.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PLUS K방산'과 'PLUS 고배당주' ETF 흥행으로 시장 점유율을 1.9%에서 2.5%대로 끌어올렸다. 방산 테마가 증시를 주도하며 한화운용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고, 리테일 자금 유입도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특정 테마 집중도가 높아 시장 국면 변화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체투자 및 글로벌 ETF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분산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ETF 순자산 5조원을 돌파했으나 점유율은 1.94%로 연초(2.16%)보다 하락했다. 김기현 대표는 올해 초 국내 최초로 커버드콜 ETF를 선보인 이경준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를 전략ETF운용본부장으로 영입하고, 삼성자산운용 출신 마케팅 인력 2명을 추가로 채용하며 조직을 강화했다. 상품 라인업과 인력 구성은 개선됐지만, 신규 자금 유입 규모는 주요 경쟁사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자산운용은 김우석 대표 체제 아래 ETF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하며 점유율 38%대를 기록,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격차를 벌렸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랠리 속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KODEX AI반도체' 등이 흥행하며 리테일 투자자 기반이 확대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부임해 아직 임기 만료까지 2년여가 남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순자산 90조원을 돌파하고 시장 점유율 약 33%로 2위를 유지했다. 기존 'TIGER 미국나스닥100', 'TIGER 미국S&P500' 등 주력 상품이 흥행하며 운용사 영업이익 등 수익 역시 크게 늘었지만, 점유율은 연초 대비 소폭 하락해 삼성과의 격차가 다소 벌어졌다.

    ETF 성과가 자산운용사 대표들의 공과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며, 점유율·상품 라인업·전략 다변화가 하우스별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 ETF 실적은 증시 호조에 따른 일시적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다”며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 전환기, 환율 변동성, 연금제도 개편 등 외부 변수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