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우려 한화생명, 건전성 부담 속 이지스운용 인수 완주 여부 주목
입력 25.11.13 07:00
상반기에 이어 3분기 순이익도 전년 比 급감 전망
킥스 비율 160% ‘근근히 방어’…본업 부진 속 당국 경계감 고조
이지스운용 인수 추진에 건전성 시험대 오른 한화생명
  • "한화금융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인수 주체로 나선 한화생명은 3분기에도 실적 우려가 제기되며 건전성이 취약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우선협상자가 되더라도 당국이 우려를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보험사 M&A 관계자)

    한화생명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상반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17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6% 하락했다. 예실차 및 손실부담계약에 따른 손실이 컸고, 투자 부문에서는 대체투자 손익 부진과 변액보험 관련 헤지 손익 부담 등이 반영됐다. 상반기 순이익이 2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으로, 관련 업계에서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KB증권 리서치는 한화생명의 별도기준 3분기 당기순이익이 1296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37.3% 하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강보험 중심 판매로 사고보험금이 증가하면서 예실차 악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일부 상품에서 발생하는 손실계약비용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4%, 38% 감소한 598억원, 146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라이프에 업계 3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미래수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격차가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한화생명의 보유계약 CSM은 8조8330억원, 신한라이프는 7조2646억원이다. 작년 말 기준 양사의 CSM 차이는 1조8820억원이었지만, 상반기에는 1조6180억원으로 약 2640억원 줄었다.

    실적 악화로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3분기에는 작년 4분기 대규모 조정 여파로 CSM 상각이 6.2%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보험사가 실현 가능한 이익으로 인식할 금액이 줄었다는 의미로, 향후 손익과 자본건전성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CSM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앞으로 인식할 미실현 이익을 의미하는데, 이를 상각(실현)하는 규모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인식한 이익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CSM 잔액이 전년 말 대비 5.4% 감소하며 2년 연속 보유고가 축소됐다.

    건전성 지표인 K-ICS 비율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한화생명의 2분기 K-ICS 비율은 161%로 당시 권고 기준인 150%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직전 분기 대비 7%포인트 상승했지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10%포인트의 개선 효과를 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하락을 막은 것으로 봐야 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K-ICS 비율 권고 기준을 130%로 낮추면서 단기적 버퍼가 생겼지만, 당국은 비상시를 대비해 이를 안정적으로 상회하는 건전성 유지를 선호한다. 본업이 부진한 가운데 건전성을 160%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한화생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검사1국은 원칙적으로 모든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대형사 중 건전성이 악화한 한화생명이 관심군에 올라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화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뛰어들면서 당국의 주목도가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생명은 11일 진행된 이지스운용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그룹 차원의 자본 여력을 앞세워 에쿼티 중심의 자금 조달 구조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거래는 주식가치만 약8000억원 규모로 거론된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한화생명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할 뿐 아니라 주식을 추가로 보유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잠재 손실에 대비해 확보해야 하는 자본(요구자본)이 증가하고, 킥스 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SM 잔고 감소 및 자본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화생명이 킥스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지스운용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우려를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사 과정에서는 이지스운용의 펀드 손실과 우발채무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0년 전후 해외 부동산 투자와 함께 자기자본을 활용한 국내외 개발사업에 적극 나섰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인수 이후 한화생명이 재무안정성 보완 부담을 함께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선 관계자는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이지스운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인수 이후 금융당국 인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