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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다. 적기시정조치 부과 자체는 예상된 일이었지만, 절차를 밟는 당국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매섭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외 다양한 지표를 고려했다는 점이 다른 보험사들까지 압박하는 모습이다.
특히 건전성 개선세에도 유예 없이 바로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놀랐다는 후문이 들린다. 보통 보험사가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건 지급여력비율이 규제 수준인 100%를 밑돌 때다. 지난 2018년 MG손해보험은 당시 지급여력비율인 RBC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져 경영개선권고를 받았다.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지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기도 했다. NH농협생명보험, DGB생명보험(현 iM라이프생명) 등이 가까스로 적기시정조치에서 벗어난 바 있다.
2023년 10월 금감원 수시검사 당시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24.3%, DGB생명은 87.8%로 규제 수준을 한참 하회했다. 두 회사는 이후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면서 해당 연도 말에 RBC비율을 10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금융위는 이런 점을 고려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했다.
과거 사례들과 다르게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 자체는 규제 수준을 상회한다. 9월말 기준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141.6%다. 지난 1분기에 119.9%로 뚝 떨어지긴 했지만, 이후 매 분기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국이 문제 삼은 건 비계량적 지표다. 현재 경영실태평가에는 포함되지 않는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비롯해 대체투자 비중 등을 지적했다.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12.9%로 손보사 평균(106.8%)를 훨씬 밑돈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경영실태평가는 킥스만 보는 게 아니라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한 전사적인 대응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업계 최하위권이고, 무·저해지보험 비중과 대체투자 비중 등이 많은 건전성 지표들이 업계 평균 대비 낮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손보가 지난 2021년 9월 적기시정조치를 한차례 유예받은 점을 언급했다. 당시 롯데손보는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평가 4등급을 받았다. 높은 해외대체투자 비중에도 관련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이 과장은 "당시에도 지적받은 문제점이 4년이 지났음에도 반복되고 있다"며 "2023년 7월 금감원이 경영진 대주주 면담 후 수시 검사 결과에 따라 경영 취약사항에 대한 개선 계획을 제출했는데 똑같은 문제점들이 계속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보험사들은 사뭇 놀라는 모습이다. 비계량적 요소까지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당국의 칼날을 피할 수 있는 회사는 몇 없다는 평가다. 더욱이 경영실태평가는 기본자본 킥스비율, 듀레이션 갭 등이 추가되면서 이미 보험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규제 방향도 나오지 않은 기본자본 킥스를 언급하며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는 게 꽤나 공격적으로 느껴진다"며 "이런 식이라면 누구나 타겟이 될 수 있고, 특히 자본적정성이 아슬아슬한 중소형사는 금감원 눈밖에 나지 않으려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당국은 구체적인 유상증자 방안, 혹은 매각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롯데손보가 내놓은 건 경영실태평가의 위법성을 따지는 행정 소송 예고다.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MG손보는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뒤 2년간 고군분투하다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나서야 적기시정조치를 탈출했다. 적기시정조치 기로에 있던 DGB생명은 금감원이 담당 임원의 이연 성과급을 환수하라고 요청하자, 자진반납의 형태로 호응했다.
롯데손보의 행보는 이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조치에 반발하며 즉각적으로 법적 대응을 시사한 롯데손보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보험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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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