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공급 기대에…바이오 기업 프리IPO 활황
입력 25.11.17 07:00
상장 앞둔 바이오 기업들, 400억원대 펀딩 활발
신약 위험 있지만 기술이전으로 현금 유입 기대
기존 투자자로 펀딩 마무리…신규 투자 드물어
  •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 나선 바이오 기업들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와 규모 있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 이들 기업의 공통점이다.

    상장을 앞둔 데다 기술 검증도 거친 만큼 재무적 투자자(FI) 입장에선 이들 기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몇몇 기업들은 기존 투자자들 선에서 프리IPO 성격의 펀딩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 진에딧은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펀딩은 프리IPO 성격으로, 앞서 진에딧에 투자한 여러 재무적 투자자들이 후속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한 벤처투자사(VC) 관계자는 "진에딧은 최근 기술이전 성과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일부 수령해 이번 펀딩 규모를 크게 설정하진 않았다"라며 "신규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보다 기존 투자자들 선에서 펀딩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진에딧이 펀딩 규모를 다소 늘린다고 해도 기존 투자자들의 후속 투자가 대다수라 증액 등을 통해 목표 규모를 충분히 채울 것이란 평가다. 다른 VC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가 진에딧 투자자"라며 "일라이 릴리의 증액 여부도 이번 펀딩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다른 신약 개발사 에임드바이오와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역시 올해 400억~5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펀딩을 각각 진행했다. 기존 투자자들의 후속 투자가 대다수였으며, 에임드바이오의 경우 상장 주관사를 맡은 미래에셋증권 정도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두 기업 모두 해외 기업과 조 단위 기술이전 성과가 있는 점 눈에 띈다. 통상 신약 개발 기업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외부 투자를 받거나 개발 중인 약물을 외부 기관에 일부 넘기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한다. 이를 R&D에 투자해 사업을 지속하는 형태다.

    앞선 두 기업은 조 단위 기술이전 성과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현금 유입이 기대되는 곳들이다. 에임드바이오는 최근 글로벌 빅파마인 베링거인겔하임과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조3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글로벌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진에딧도 마찬가지다. 조 단위 규모는 아니나 미국 바이오 기업의 성공 모델로 평가되는 제넨텍에 개발 중인 약물 전달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 진에딧이 체결한 계약 규모는 8500억원이었으며, 선급금(업프론트)은 200억원 정도였다.

    바이오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한 VC 관계자는 "진에딧이나 에임드바이오처럼 기술이전 성과가 있거나 마일스톤 유입으로 현금 확보가 가능한 기업들은 신규 투자자 유치 없이 기존 투자자들 선에서 펀딩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라며 "(펀딩) 소식이 들리면 이미 마무리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모험자본 공급으로 바이오 벤처 투자 기대는 높아지나 실제로 투자할 만한 곳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거나, 역량을 증명한 기업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펀딩이 잘 되지만, 아닌 곳들은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