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게임즈, IPO 막히자 카카오게임즈 인수설 재부상…달라진 카카오 상황은 '변수'
입력 25.11.17 07:00
자본잠식 누적 상황에 IPO 어려운 라인게임즈
우회상장 카드로 카카오게임즈 인수설 재부상
사법 리스크 해소한 카카오, 협상 주도권 확보
FI 태그얼롱 등 가격 조건이 향후 협상 변수
  • 라인게임즈가 카카오게임즈 인수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추진이 좌초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회수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라인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 인수 가능성을 탐색했지만, 가격 괴리와 당시 자체 IPO 계획을 이유로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이번에는 카카오 측 법적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주가가 회복되면서 협상 주도권이 라인게임즈에서 카카오로 넘어간 양상이다.

    라인게임즈는 2017년 일본 라인(LINE Corporation)이 100% 출자해 설립했다. 설립 직후 모바일 게임사 넥스트플로어를 인수·합병하며 '드래곤 플라이트', '데스티니 차일드' 등 IP를 확보했다. 현재 라인게임즈는 네이버-소프트뱅크 합작법인인 라인야후(Z Intermediate Global Corporation) 산하 손자회사 구조로 운영된다.

    2018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는 SPC를 통해 약 1250억원을 투자, 지분 21.42%를 확보하며 주요 FI로 올라섰다. 중국 텐센트 비롯 금융사들도 2021년 RCPS(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투자에 참여했다. 당시 프리IPO 투자로 RCPS 총 1148억원을 추가 조달했는데, 이때 텐센트가 약 500억원 규모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RCPS 발행 조건은 '5년 내 IPO 미성사 시 발행가액에 연 4% 단리 상환'으로, 투자 회수를 IPO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라인게임즈는 지난 2022년부터 IPO를 본격 추진했으나 2023년부터 이어진 연간 적자와 자본잠식으로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2024년 기준 연간 매출은 434억원, 영업손실은 161억원 규모다. 누적결손금은 약 3000억원에 달해 현행 코스피 상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FI 입장에서는 IPO 실패로 투자금 회수가 더 어려워지니 압박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상장사인 카카오게임즈를 흡수하면 FI들은 지분 전환이나 회수 통로가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인게임즈 측은 이에 대해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인게임즈가 자체 IPO로 엑시트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 FI 입장에선 우회상장 시나리오가 현실적"이라며 "자본잠식이 심화된 라인게임즈에 추가 자금 지원이 쉽지 않아 투자자들의 회수 요구가 더 거세다"고 말했다.

    라인게임즈가 카카오게임즈 인수를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유사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의 시세조종 혐의 재판으로 그룹 전반이 위축돼 자금 확보가 급한 상태였고 카카오게임즈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다. 다만 라인게임즈는 자체 IPO 추진을 통한 FI 엑시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카카오에 추가 프리미엄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부터 분위기는 달라졌다. 카카오의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카카오는 게임·엔터 등 비핵심 자회사 매각을 당장 추진할 필요가 없어진 상태다. 올해 9월 김범수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 관련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의 배임 혐의 사건에서도 법원은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달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1만6900원대, 시가총액 약 1조5000억원으로 1년 전 최저점 대비 약 30% 상승했다. 카카오게임즈 주요 FI는 팩텀PE, 큐캐피탈파트너스,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이다. 이들은 2020년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당 약 1만6000원 수준에 지분을 취득했고 이후 보통주 전환과 지분 유지 과정에서 평균 단가는 약 1만7000원대로 형성됐다. 

    FI들은 주주간계약을 통해 태그얼롱 권리를 보유, 카카오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동일 조건으로 동반매각이 가능하다. 따라서 라인게임즈가 인수에 나서려면 최소 1만7000원 이상,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주당 2만3000원 이상의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라인게임즈 입장에서는 자체 IPO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카카오게임즈를 흡수하는 방식이 FI의 투자회수를 실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로일 수 있다. 일본 내 IP 수익 구조가 복잡해 별도 상장 추진 시 수익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FI 상환 압박과 콜옵션 발동 가능성은 라인게임즈 지분 희석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는 까닭이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라인게임즈가 실제 인수까지 나설지는 미지수지만 FI 회수를 위한 시나리오로 카카오게임즈 딜을 재검토할 가능성은 높다"며 "전과 달리 협상 주도권이 카카오로 넘어간 만큼 가격이 맞지 않으면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