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보험손익 악화에 3분기 실적 급감...2조원 M&A 괜찮을까
입력 25.11.18 07:00
3분기 누적 순익 1.2조…전년比 -24%
해외 M&A 앞두고 예실차·차보험 악화
보험료 인상으로 급한 불 끄기 나서
  • 2조원 규모의 대규모 해외 인수·합병(M&A) 딜을 앞둔 DB손해보험의 3분기 실적이 급감했다. 타사 대비 경쟁력을 보였던 예실차, 자동차보험 손익이 급감하며 장기 부진에 대한 경고등을 켰다. 

    DB손보는 보험료 인상, 자사주 소각 의지 등을 밝히며 주주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인수 대상인 미국 현지 보험사의 수익성을 생각하면 중장기 이익 개선세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DB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780억원) 대비 24% 감소했다. 보험손익이 47% 감소한 7730억원에 그쳤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순이익은 2930억원으로 35.4% 줄었고, 보험손익은 71.7%나 감소했다.

    지난 14일 이 같은 실적이 발표된 뒤 주가는 하락했다. 17일 DB손보의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5.06%(6700원) 하락한 12만5700원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회복했다. 최근 3개월간 최저점이었던 12만4200원에 근접했다.

    3분기 들어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건 보험금 예실차가 악화한 영향이 컸다. 3분기 누적 기준 장기 보험금 예실차는 -2070억원으로 전년 동기(1460억원)보다 3530억원 줄었다.

    특히 3분기에만 1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최대 손실이다. 다른 손해보험사와 비교해도 손실 규모가 두드러졌다. 3분기 주요 손보사들의 예실차는 ▲삼성화재 -450억원 ▲메리츠화재 -324억원 ▲현대해상 -680억원 등이다.

    이밖에 전반적으로 보험 손익이 악화했다. 일반보험에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손실(약 302억원)이 반영되며 누적 기준 -500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오르면서 3분기 -56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지만, 누적 기준으로는 220억원의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DB손보의 실적 부진은 조 단위의 해외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 충격이 더 컸다. DB손보는 내년 상반기까지 2조3000억원을 들여 미국 특수보험사 포테그라의 지분 100%를 취득할 예정이다. 국내 보험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관심을 받았다.

    포테그라의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는 26%로 DB손보의 21%대비 높아 중장기적인 이익 개선 기대감이 없지 않다. 킥스 비율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 1위 손보사 처브(Chubb)의 주가순자산비율이 1.6배 안팎인데, 이번 DB손보의 포테그라 인수가는 PBR 2.7배 수준이라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A에 따른 리스크 자체는 작지 않았지만, 자본이 충분하고 타사 대비 실적 변동성이 크지 않았기에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면서도 "이런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인수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험금 예실차, 차보험 등 DB손보를 지탱했던 기둥들이 흔들리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실차 부진이 누적되는 가운데 장기보험의 유지율이 떨어지면서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액도 줄고 있다.

    더욱이 인수에 따라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15%p 하락할 전망이다. DB손보는 지난 9월 747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3분기 말 킥스 비율을 226.5%로 끌어올린 상태다. 특이 요인이 없다면 인수 후에도 200%는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세 인상 등 마이너스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보험업에 부과하는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로 상향할 계획이다. DB손보는 해당 안이 확정될 경우 CSM이 최대 3000억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DB손보는 주주 안심시키기에 나선 모습이다. 먼저 보험료 인상을 이어가며 실적 방어에 나섰다. 작년 4월 업계 전반적으로 경험위험률을 조정한 데 이어 올해 10월에는 실손보험, 배상책임보험 등에 대한 경험위험률을 추가로 조정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지난 14일 컨퍼런스콜에서 "타사와 달리 전년 4월에 이어 올해 10월에도 경험위험률 조정을 한 번 더 단행했다"며 "올해 세 차례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고, 올해 연말 또 내년 초에도 필요한 부분들은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등 밸류업에 대한 의지도 추가로 밝혔다. DB손보는 밸류업 계획을 통해 2028년까지 주주 환원률을 35%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자사주 소각에 대해선 구체적 계획을 알린 바 없다.

    DB손보 관계자는 "주주환원 등을 비롯한 전체적인 밸류업 정책, 자사주에 대한 방향 등은 포르테그라 인수 등이 최종 확정된 다음, 내년 중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