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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석유화학 구조 개편 칼을 뽑은지 3개월여가 지났다. 납사분해설비(NCC)를 보유한 10개 대상 기업에 연말까지 계획을 제출하라 했는데, 각사는 물론 지역별로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진척을 따지기 어렵다. 연내 대산에서라도 1호 성과가 나오면 다행이지 않겠냐는 시선이 많다.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NCC 통폐합 결정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양사 합작법인(JV)인 HD현대케미칼에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 NCC를 현물출자하면, HD현대오일뱅크가 증자하는 형태로 생산설비를 통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큰 틀에서 합의가 일찍 이뤄졌던 만큼 양사 출자 구조에 대한 조율이 끝나가는 단계로 풀이된다.
공식화하면 HD현대케미칼은 이번 석유화학 구조 개편 작업의 1호 기업이 된다. 정부에서도 성과가 절실한 시점이라 성사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대산 산단에서 일단 모범 사례를 만들고 나면 울산이나 여수 산단에 위치한 기업들을 압박하거나 독려하는 데도 힘이 실리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전해진다.
뒤집어 보면 연내 이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연말까지 기한을 정해두고 계획을 마련하는 게 당초부터 쉽지 않은 목표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HD현대케미칼 역시 이미 JV가 꾸려진 상태에서 양사 가동률 조정에 대한 합의가 빠르게 진행됐을 뿐 실제 감축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NCC 370만톤 감축이 목표인데 HD현대케미칼도 생산능력 감축까지 나아가진 못했다"라며 "가동을 중단할 쪽이 현물로 출자하고, 생산을 계속할 쪽이 현금을 채워 넣는 식으로 합의하는 데에만 반년 가까이 걸린다는 건데, 감축은 훨씬 어려운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여수와 울산 산단은 여전히 쉽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대여한 3000억원의 출자전환 문제가 여전히 논의되고 있다. 장부 상태를 감안하면 어차피 출자전환 외에는 탈출구가 없는 상태다. 오히려 투자업계에선 내년 초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추가 지원에 나설 여력이 있느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적자를 끊어낼 기미가 안 보이는데 계속해서 차입금 만기만 돌아오는 구조가 반복될 예정인 탓이다.
한화솔루션이나 DL케미칼도 종전보단 전향적 자세로 돌아섰지만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란 평이다. 여수 산단에서 LG화학과 GS칼텍스가 짝을 이루면 여천NCC는 롯데케미칼과 통폐합 논의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올해 중에만 테이블 차렸다 물리기를 수차례 반복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양사 재무 불안이 가라앉기 전에 진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관측도 있다.
3대 산단 중 가장 더디다고 지적받아온 울산이 여수보단 낫다는 시각도 없지 않지만 전체 구조 개편 청사진에 비춰 보면 도토리 키 재는 듯하다는 평이 더 많다. 통폐합 논의에 참석한 기업들 간 동상이몽이 그만큼 심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샤힌 프로젝트 완공을 앞둔 에쓰오일과 선제적으로 체질 개선을 마친 대한유화,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사업 조정) 3년차를 앞둔 SK이노베이션(지오센트릭)이 눈높이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개편 논의 대부분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선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슬슬 새나온다. 가동률 조정만으로도 지역 경기에 미친 타격이 적지 않았는데 선거철에 설비폐쇄나 통폐합 논의가 본격화하면 저항이 더 거세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반기 들어 일부 업체가 통폐합 조정에서 유리하게끔 장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정황도 오르내린다. 어렵사리 1호 사례를 만들어도 전체 개편 작업에 힘이 실릴 것이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대산 HD현대-롯데켐 '1호 구조조정 성과 곧 드러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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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