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PE, 마스턴투자운용 2대주주 지분 인수 협상 결렬
입력 25.11.18 15:19
마스턴운용 지분 25% 취득 관련 논의 종료
기업실사 후 앵커LP 과기공 등 반대 커
CCGI·키움금융 등 차기 원매자 관심 지속
  • 마스턴투자운용의 2대주주 지분 매각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국내 사모펀드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이하 에이치PE)가 논바인딩(비구속적) MOU를 체결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단독 협상을 이어왔지만,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마스턴투자운용과 에이치PE는 배타적 협상권을 기반으로 올해 9월부터 실사 작업을 진행했다. 협상안의 큰 틀은 신주 500억원과 구주 200억원 등 총 700억원을 투입해 마스턴 지분 약 25%를 확보하는 구조였다. 

    거래가 마무리될 경우 에이치PE는 대표이사 선임권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권을 보유하는 공동경영 체제를 전제로 했으며, 장기적으로 경영권 인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됐다.

    실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지만, 마스턴의 일부 자기자본(PI) 투자 부실 문제가 가격 조정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에이치PE는 실사 과정에서 이를 지분가치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마스턴투자운용 측은 할인 없는 밸류를 주장하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마스턴투자운용 측은 "에이치PE와의 투자 협상은 끝난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 과정에선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과기공)의 결렬 의지가 더 컸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과기공은 그간 부동산 및 대체투자 역량 강화를 위해 여러 부동산 전문 운용사 인수를 검토해왔다. 과기공 내부에서는 프로젝트 리츠, 데이터센터 투자 건과 관련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독립계 운용사 확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말 에이치PE(당시 메디치 PE본부)는 마스턴투자운용 프리IPO 단계에서 프로젝트 펀드로 약 4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에도 앵커 LP는 과기공이었으며, 에이치PE는 이 과정에서 마스턴 지분 약 11%를 확보했다. 이 경험이 향후 2대주주 협상 참여의 기반이 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앵커 LP인 과기공이 가격 이견 등으로 다른 운용사 검토 쪽으로 기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마스턴투자운용을 둘러싼 매각 관심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프로젝트 리츠,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고, 한국과 해외 부동산 시장의 반등 기대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금리 기조가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2026~2027년 리프라이싱 국면을 앞두고 딜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기관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에이치PE 협상 종료 이후 차기 인수 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싱가포르계 사모펀드 CCGI는 꾸준히 마스턴에 투자 의사를 보내왔다. 올해 초 진행된 메자닌 투자 유치 협상에서는 기업가치 기준 최대 3000억원 안팎이 거론되기도 했다.

    국내 금융지주 중에서는 키움금융그룹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검토했던 만큼, 부동산 전문 운용사 확보 필요성에 대한 내부 관심은 여전히 높다. 다만 마스턴과의 구체적인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협상 결렬에는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흥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본입찰 단계에서 기업가치 1조원 수준의 제안이 언급되며 시장 기대치가 높아졌고, 이 흐름이 마스턴투자운용 측의 희망가 형성에도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지스 밸류가 높게 나오면서 기존 운용사 매도자들의 매수 희망가도 자연스럽게 상향 조정된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