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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지급해야 했던 2억1650만달러(약 3100억원)와 이자·소송 비용을 모두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결정이 나왔다.
1심 판정이 전면 무효화되면서 2012년 제기돼 13년간 이어진 국제 분쟁이 종지부를 찍었다. 론스타가 청구한 6조원대 손해배상액도 전부 인정되지 않아 정부 재정 부담은 ‘0원’으로 결론났다. 장기간 정부 측 법률자문을 맡아온 국내 로펌들도 이번 결정을 ‘대형 승소’로 평가하며 고무된 분위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오후 7시경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오늘 오후 3시22분 미국 워싱턴 소재 ICSID의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CSID 중재판정부가 2022년 8월 인정했던 배상금 2억1650만달러와 이자 비용(약 4000억원)에 대한 정부의 지급 의무가 모두 사라졌다. 또한 론스타는 정부가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비용 73억원도 30일 내에 지급해야 한다.
정부는 2023년 9월 판정 취소를 신청하면서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상사중재 판정문이 ICSID 판정부의 판단 근거로 활용된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았다. 한국 정부 변론을 거치지 않은 별도 판정문을 일방적으로 인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취소위원회는 1심 판정부가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고도 론스타 청구를 받아들인 점 역시 문제로 봤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론스타가 2023년 7월 제기한 별도 취소 신청에서 주장한 ‘손해 산정 과정에서 변론권 침해’ 등의 사유는 모두 기각됐다.
ICSID 판정의 ‘전부 취소’는 매우 이례적이다. 중재는 단심제로 운영돼 절차적 중대한 하자가 인정될 때만 취소가 가능하며, 197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03건의 판정 중 취소가 받아들여진 사례는 25건(4.9%)뿐이다. 이 가운데 판정 전부가 취소된 경우는 단 8건(1.6%)에 그친다.
정부를 대리해 온 법무법인들도 이번 승소가 국제 소송전의 쾌거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2012년 11월 론스타가 ICSID에 중재를 제기한 이후 국내 대형 로펌 태평양, 국제중재 전문 로펌 피터앤김, 미국 로펌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가 공동으로 정부를 대리해 대응해왔다.
태평양에서는 김준우·김우재 변호사가 국제중재 분야를 중심으로 사건을 총괄해 왔으며, 금융 분야의 서동우·양시경·이재인 변호사와 김영모 외국변호사, 조세 분야의 유철형 변호사와 김혁주 세무사, 국제통상 분야의 권소담 변호사와 정규상 외국변호사 등이 함께 참여했다.
김준우 태평양 변호사는 “법무부 등 정부 부처와 국내외 대리인이 ‘원팀’으로 완벽하게 협업했다”며 “분쟁이 장기화되는 동안에도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정보·자료를 체계적으로 공유해 일관된 전략을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준기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정으로 국제중재를 포함한 태평양 전체의 총체적인 역량을 확인 받게됐고, 론스타 분쟁이 국제중재의 중요성을 체감한 계기가 된 만큼 전문가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인수한 뒤 2007년 HSBC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금융위원회 승인 지연으로 2008년 9월 HSBC가 인수를 철회했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매각했는데, “정부의 부당 개입으로 HSBC 계약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46억7950만달러(약 6조1000억원) 규모의 국제중재를 청구했다.
10년에 걸친 심리 끝에 ICSID 판정부는 2022년 론스타의 주장 중 ‘정부가 하나금융에 매각가 인하를 압박했다’는 일부만 책임을 인정했고, 전체 청구액의 4.6%에 해당하는 2억1650만달러만 배상하도록 판정했다. 당시에도 정부가 대부분 쟁점에서 승소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다.
이번 판정 취소로 동일 사안에 대해 론스타가 다시 중재를 제기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분쟁으로 막대한 법률비용을 부담한 데다 판정부 판단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13년 이어진 론스타 국제 분쟁, ICSID 1심 판정 전면 무효
6조원대 손해배상 청구 전액 기각… 정부 재정 부담 '0원'
국제중재서 이례적 대형 승소…태평양·피터앤김 법률대리
6조원대 손해배상 청구 전액 기각… 정부 재정 부담 '0원'
국제중재서 이례적 대형 승소…태평양·피터앤김 법률대리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19일 11:2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