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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해외 기관투자자(LP)들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이들은 실제 회수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증시 강세가 자신들에게 ‘체감되지 않는 흐름’에 그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특히 PEF(사모펀드) 운용사를 통해 한국에 투자하는 LP들은 “한국은 IPO(기업공개)로 엑시트(투자 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PEF의 경우 엑시트 방안은 회사를 인수해 이후 SI(전략적 투자자)에 팔거나, 창업주 등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하거나 공동 경영해 회사를 키우고 IPO에 나서는 방식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대기업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집중하면서 M&A(인수합병)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다. 특히 대형 딜의 경우 인수 후보군 자체가 많지 않아 거래 성사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PEF 등 재무적투자자(FI)들 간에 이른바 ‘세컨더리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다만 FI는 회수 목표가 명확한 만큼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밸류가 커질수록 이를 ‘받아줄’ 최종 매수자는 제한적이어서 결국 비슷한 플레이어들끼리 돌려받는 ‘그 나물에 그 밥’식 거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해외 자금 유치와 LP 풀 다변화를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대형사들이 이미 폭넓은 해외 LP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외의 하우스들 역시 해외 LP 풀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국내에 투자한 해외 LP들의 가장 큰 관심은 본인들이 투자한 대형 하우스들이 언제 ‘시원한 엑시트 한 방’에 성공할지 여부다”라며 “한국에 비해 일본이 훨씬 IPO 제도의 유연성 등으로 엑시트가 쉽다 보니 일본으로 더 적극적으로 자본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자본이 아시아에서 일본을 선호하는 배경에도 IPO 환경 차이가 꼽힌다. 일본은 PEF가 IPO로 엑시트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신주와 구주의 비중 제한이 사실상 없어 신주 100% 공모는 물론 구주 중심의 상장도 가능하다. 구주매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한국보다 크게 약하고, 상장 과정에서 ‘대주주 엑시트 목적’이 심사 리스크로 부각되는 빈도도 낮다. 공모가 산정 역시 한국보다 규제 강도가 낮아 PEF가 원하는 구조로 상장을 설계하기 용이하다. 락업(의무보유확약) 기간도 일본은 대체로 90일 수준으로 짧아 상장 직후 회수가 가능하다.
반면 국내 시장은 사실상 PEF가 IPO로 성공적으로 엑시트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평가다.
최대주주·특수관계인에 대한 구주매출 제한이 강해 상장 과정에서 대규모 지분 매각이 사실상 어려운 데다, 상장 후에도 6개월~1년 이상 긴 락업이 요구돼 회수 시점이 지연된다. 더불어 상장 심사 과정에서 PEF 대주주 구조가 ‘지배구조 안정성’과 소액주주 보호 측면의 리스크로 부각되면서 심사 부담이 커지는 점도 IPO 활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중복상장’ 이슈도 PEF의 IPO 엑시트를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할·상장 논란과 카카오 계열사의 연이은 상장 사례 이후 국내에서는 모회사 주주가 피해를 보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새 정부 들어 관련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되면서 대기업들이 대형 IPO를 추진하는 데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중복상장이 모회사 소액주주 보호 측면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기업 계열사나 자회사라고 해서 모두 ‘중복상장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특정 사업부를 분리해 독립적인 외형과 수익 구조를 갖춘 뒤 상장하는 사례처럼, 사업 확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법인 분리와 상장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러한 경우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외부 투자 유치가 필요하고, PEF들이 FI로 나서게 된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도 케이스별로 논란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과거 논란이 워낙 컸던 탓에 계열사나 자회사라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한 비난이 제기되고, 기업들도 위축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취재노트
'코스피 불장'에도… 해외 LP는 회수 지연 우려
일본은 신·구주 비중 제한 없어 IPO 유연성 커
중복상장 규제까지…"제도적 유연성 고려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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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