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차기 CEO 후보등록 마감…“4파전 예고”
입력 25.11.20 12:13
장수재·길기완·권지원·서정욱 4파전 예고
역성장 속 리더십 교체 분수령
파트너 표심은 ‘성장동력 재건’에 쏠려
  • 딜로이트안진이 차기 CEO 선임 절차에 공식 착수했다. 내부적으로는 ‘빅4 체제 수성’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후보등록에 4명이 출마해 사실상 '4파전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안진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가 향후 조직의 체질 개선과 성장 전략을 결정짓는 핵심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은 이번 주 차기 CEO 선임을 위한 후보 등록을 마감한다. 등록자는 ▲장수재 회계감사 대표 ▲길기완 경영자문(M&A·전략) 대표 ▲권지원 세무자문 대표 ▲서정욱 감사 그룹장 및 일본 서비스 그룹 리더 등 총 4명으로 전해진다.

    CEO 선임 절차는 사운딩(파트너 대상 여론 수렴)을 거쳐 CEO 추천위원회가 단일후보를 추천한다. 내년 1월 파트너 총회 최종 투표를 통해 차기 CEO가 선임된다. 차기 CEO 임기는 내년 6월부터다.

    파트너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리더 교체가 아니라 안진의 성장 모델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조직 내부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장수재·길기완 두 대표가 꼽힌다. 

    장수재 회계감사 대표는 제조·첨단·엔터테인먼트 기반의 ‘감사 전문가’다. 고려대 무역학과 출신으로, 첨단기술·엔터테인먼트·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감사 경험을 쌓았다. 글로벌 자문위원회(GAC) 멤버로 활동하며 국제적 영향력도 있는 인물이다. 다만 함종호 전 대표, 홍종성 대표 모두 고려대 출신이라 CEO에 특정 학교 출신 편중이 심하다는 비판은 부담스런 부분이다.

    또한 감사부문은 2025 회계연도 매출 1541억원(전년 1525억원)으로 정체 상태다. 감사시장 전반의 경쟁 심화와 규제 부담 속에 성장성이 제한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길기완 경영자문 대표는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화학·제조업·구조조정 분야 경험을 기반으로 국내 M&A 시장에서 굵직한 딜을 다수 수행했다. 모건스탠리 PE, 어피니티, KKR, SC PE, 한앤컴퍼니, IMM PE 등 국내외 대표 사모펀드와의 자문 경험이 탄탄하다.

    길 대표가 이끄는 경영자문 부문은 안진 전체 매출 비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조직이다. 다만 2025 회계연도 매출이 2490억원으로 전년(2630억원) 대비 감소해 실적 부담을 안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수년 전부터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 법인 전체 매출의 역성장 국면이 겹치며 “성과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번 선거에서 변수로 꼽히는 인물은 권지원 세무자문 대표와 서정욱 일본 서비스 그룹 리더다.

    권지원 세무자문 대표는 25년 이상 대기업·외투기업을 상대로 조세·세무조사·조세불복 등을 담당해 온 세무 전문 파트너다. 상대적으로 법인 실적 역성장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권 대표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다만 세무자문 부문은 안진 매출에서 약 2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점이 “리더십 스케일을 보여주기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또한 감사·자문과 달리 법인 전체 성장전략을 총괄한 경험이 부족한 점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금융당국에서 CEO에 일정 기간 감사 경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해당 부분 경력 부족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서정욱 감사 그룹장 및 일본 서비스 리더 는 조직 쇄신을 외치는 ‘다크호스’로 거론된다. 일본 현지 경험과 일본계 기업 자문·감사 역량을 보유한 전문가로, 내부에서는 ‘조직 체질 개선’을 강하게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문 대표가 아닌 서비스 리더급 인물이 CEO에 도전한 것은 이례적이며 무게감 면에서도 다른 후보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기득권에 도전하는 신선한 후보”라는 평가와 “조직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특히 역성장 국면에서 서 파트너가 강조하는 ‘경영 시스템 혁신·성과 중심 조직 재정비’ 메시지가 어느 정도 파트너들에게 먹힐지가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이번 CEO 선거의 핵심은 파트너들이 안진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느냐다. ▲최근 3년간 안진의 매출 성장세 둔화 ▲빅4 체제 내 경쟁 심화 ▲규제 강화로 감사·자문 부문의 수익성 정체로 글로벌 딜로이트의 혁신 속도 대비 국내 적용 지연 우려가 존재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후보가 실질적인 성장 전략과 조직 재설계 방안을 제시하느냐가 표심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란 평가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이번 CEO 선임은 누가 ‘새로운 성장 모델’을 설득하느냐에 달렸다"라며 "기존 부문 대표 후보군의 안정감과, 서정욱 파트너의 변화 드라이브 사이에서 파트너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