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나와도 주가는 안 오른다'…엔씨 급락이 보여준 게임株의 '한계'
입력 25.11.21 14:07
아이온2 출시 직후 3거래일간 20% 급락…국내 주요 게임주도 동반 약세
과금 중심 BM·글로벌 경쟁력 약화 누적…신작 효과 '단기 이벤트' 전락
"BM 전환·체질 개선 없이는 업종 리레이팅 어려워"…장기 투자 매력 흔들
  • 시장에서 국내 게임업종이 장기 투자 종목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 대장주였던 엔씨소프트의 기대작 '아이온2' 출시 이후 3일간 25%에 가까운 낙폭을 보이며, 한국 게임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다시 확인됐다는 분위기다.

    게임사의 기술혁신 부재, 과금 중심 비즈니스 모델(BM) 의존,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누적되며 신작 출시가 본질적 업사이드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21일 장중 18만1900원까지 밀렸다. '아이온2' 출시 이후 3거래일간 낙폭은 25%에 육박한다. 2021년 장중 고점(104만8000원) 대비로는 8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기대작 출시가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MMORPG의 엔씨'라는 프리미엄이 사실상 소멸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른 주요 게임주도 흐름은 비슷하다. 넷마블은 21일 장중 5만1400원으로 52주 고점 대비 24% 낮다. 시프트업은 장중 3만6200원으로 상장 초반 고점의 절반 수준이며, 펄어비스 역시 3만7400원으로 52주 최고가 회복에 실패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11만6000원대에서 87% 급락해 현재 1만5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크래프톤도 장중 24만9500원으로 52주 고점 대비 35% 빠진 상태다. 업종 전반이 중장기적 턴어라운드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이번 '아이온2' 초기 반응은 업종의 구조적 병목을 압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출시 직후 약 2시간 동안 로그인 불가가 이어졌고, 캐릭터 생성 오류 등 품질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다. 초기 패키지에 포함된 전투력 상승형 아이템이 사실상 '페이 투 윈(P2W)' 구조라는 비판도 거셌다.

    논란이 확산되자 엔씨 개발진은 문제된 BM 요소를 전면 삭제하고 판매된 패키지를 회수하는 등 긴급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출시 단계부터 유저 신뢰를 고려하지 못한 설계"라는 지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BM 구조가 기존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부각되며 초기 피로감과 이탈 우려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BM 피로감은 개별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업종 전반의 구조적 한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7~8년 동안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모바일 MMORPG(대규모 멀티 플레이어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에 집중하면서 '유저의 플레이 경험보다 과금 유도에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도 장기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술력은 중국에 밀리고, 콘솔은 일본에 밀리지만 과금 유도만큼은 더 강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자본력과 인력을 기반으로 전체 제작 수준을 끌어올렸고, 일본은 닌텐도 등 콘솔 중심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한국 게임산업은 플랫폼 전환기에 주도권 확보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과거와 같은 '신작 모멘텀 사이클'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 예전에는 ▲초기 기대감에 따른 주가 랠리▲피크아웃▲중장기 조정▲이후 실적 기반 반등 구조가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초기 성과 자체가 기대치에 미달하며 단기 이벤트 효과마저 약해졌다. 유료 BM 거부감 확대, 이용자 감소, 콘텐츠 완성도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개발력 확보 역시 부담이다. 모바일뿐 아니라 콘솔·PC 게임 개발에도 최소 3~4년이 필요하다. 이 기간 인건비·마케팅비 등 고정비는 증가하고, 성공 확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실패 비용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대형 프로젝트 투자에 점점 더 소극적이 되고 있다. 신작 개발이 늦어질수록 실적 회복과 업종 리레이팅 가능성도 줄어들어 게임업종 약세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단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적 제약 속에서 시장에서는 "게임주는 장기 보유 종목이 아니라 단기 트레이딩 종목"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최근 3년간 주요 게임사 주가가 반등 없이 하락세를 이어온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히트 IP 부재, 신작 지연, 반복되는 BM 논란이 투자심리 회복을 제약한 영향이다.

    기관 투자자의 시각도 비슷하다. 한 대형 운용사 운용역은 "기술·AI·반도체 등 구조적 성장 섹터가 뚜렷한 가운데 게임주는 업사이드가 제한적"이라며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 회복이 불투명한 만큼 장기 투자 명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 한 투자 연구원 역시 "과금 모델 혁신 없이 유저 설득은 어렵고, 글로벌 경쟁력도 예전만 못하다"며 "신작 한두 개로 업종 전체가 회복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BM 전환, 체질 개선, 글로벌 전략 재정립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게임주의 장기 리레이팅 가능성은 앞으로도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