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영업 특색 부재·수익성 고민...'쿠팡 카드'가 독이 든 성배 될까
입력 25.11.21 15:27
현대에 회원 수 역전…순이익 격차도 빠르게 축소
대손비용·연체율 상승에 수익성 압박 지속
쿠팡 와우카드 비용 부담… 영업 차별성 과제로
  • 카드업계 3위 자리를 지켜야 하는 KB국민카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체 회원 수는 이미 현대카드에 역전됐고, 순이익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서다. 

    분사 이후 한때 업계 2위 도약을 노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영업 전략의 특색이 흐려지고 건전성 부담 탓에 수익성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 카드'로 대표되는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가 '영업'의 돌파구 역할을 해주곤 있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발목을 잡을 거란 우려도 없지 않다.

    23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의 전체 회원 수는 각각 1300만명, 1285만명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1454만명), 삼성카드(1344만명)에 이어 두 회사가 3·4위를 형성하는 가운데, KB국민카드는 7월부터 현대카드에 회원 수가 뒤집힌 상태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KB국민카드가 앞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화가 뚜렷하다. 회원 수는 카드사의 본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순이익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806억원으로 같은 기간 2550억원을 기록한 현대카드보다 256억원 많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두 회사의 격차가 13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근접한 수준이다. KB국민카드의 올 1·2·3분기 순이익은 각각 847억원, 970억원, 993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감소했다. 

    다만 현대카드는 업권 전반의 수익성 둔화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순위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카드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수익이 2조74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수익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건전성이다. 

    높은 대손비용이 실적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올해 3분기 누적 충당금 적립액은 5478억원으로, 같은 기간 3342억원을 적립한 현대카드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B국민카드의 올해 3월 기준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6.4%로 업계 평균(4.9%)을 웃돈다. 최근 몇 년간 대출채권 등 영업자산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카드론·현금서비스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동철 대표 시절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한 부분이 경기 둔화와 맞물리며 부담으로 돌아온 측면이 있다”며 “은행계 카드사는 사전채무조정 승인 비중이 높아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상반기에만 업권 전체 부실채권 매각 규모(1조3747억원)의 약 40%에 해당하는 5356억원을 털어내며 부실채권 상·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신용판매로 규모의 경제를 만든 뒤 카드론·현금서비스로 이익을 확보하는 구조라 부실 관리가 핵심”이라며 “연체율을 얼마나 낮게 유지하느냐가 수익성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신용판매 실적에서도 격차가 확인된다. 올해 3분기까지 현대카드의 신용판매액(일시불+할부)은 132조6252억원으로 집계돼 신한카드(128조7013억원), 삼성카드(120조4984억원), KB국민카드(101조5976억원)를 모두 앞섰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KB국민카드는 쿠팡과 협업해 출시한 ‘쿠팡 와우카드’가 2년 만에 200만장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PLCC는 카드사와 제휴사가 비용과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지만, 쿠팡의 이용 규모가 워낙 커 카드사 부담이 더 크게 설계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입찰 과정에서도 일부 카드사가 손익 악화를 이유로 중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쿠팡 와우카드 출시 전 KB국민카드 외에도 여러 카드사와 논의가 있었지만 손익을 상당 폭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해 거절한 바 있다”며 “강력한 페이백 혜택의 상당 부분을 KB국민카드가 부담하는 구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의 영업 전략의 차별성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해 부실자산 정리에 집중하는 방어적 전략을 펴고 있는 데다, 신용판매에서도 두드러진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경쟁 구도로 떠오른 법인카드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수익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법인은 개인보다 신용위험이 낮아 수수료율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1위 삼성카드 역시 법인보다는 개인 신용판매 중심의 사업 전략을 택하고 있다. 

    다만 해외법인 실적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KB국민카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법인(KB J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15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KB국민카드가 부실 정리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영업 측면에서 특색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