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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000 시대를 맞아 변액보험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란 평가다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마진(CSM) 전환배수가 낮아 판매량이 늘어도 실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이다. 증시 하락 시엔 반대로 높은 해지율이 예상돼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21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생명보험사들이 신계약으로 체결한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2조113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조4653억원에서 44.2%(648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22년 이후 연간 최대치를 이미 넘어섰다.
변액보험은 납입한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일반 보험처럼 사망이나 연금 보장을 기본으로 하고, 투자 성과에 따라 이익을 거둘 수 있다. 10년 이상 유지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투자로 발생한 금액에 대해 비과세 혜택도 제공된다.
변액보험 신규계약이 급증한 건 최근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은 영향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사상 처음 4200선을 돌파했고, '코스피 5000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이 맴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보장과 투자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변액보험 영업에 속도를 냈다.
올해 들어 변액보험 가입 금액은 급증했지만, 정작 보험사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액보험 영업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꼽히는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3분기 변액보험의 수입보험료는 1조79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7% 증가했다. 전체 보험료 중 변액보험의 비중도 55.5%에서 61.6%로 커졌다.
그럼에도 수익성을 견인한 건 보장성 보험이었다. 3분기 기준 미래에셋생명의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을 보면 보장성보험이 3460억원, 변액 등 저축성 보험이 500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보험사들은 CSM에서 일정 부분을 상각해 분기별로 보험손익에 반영한다.
이는 낮은 CSM 전환배수에 기인한다. 3분기 말 미래에셋생명의 CSM 전환배수는 전체 9.8배지만, 변액투자 보험의 전환배수는 1.6배에 그친다. 건강상해보험이 19.5배, 보장성 보험이 16.1배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마찬가지로 변액보험 영업이 활발한 KB라이프, 하나생명의 경우에도 실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KB라이프의 3분기 누적 순익은 2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나생명의 순익은 177억원으로 전년 동기(241억원)보다 27.8% 줄었다.
변액보험은 장기간 보유하는 가입자가 많지 않은 탓에 실적에 변동성을 더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변액보험은 대부분 투자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에 수익률이 급락·급등할 경우 손해를 일부 감수하더라도 해지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보증이율을 감안하면 증시 호조시 보험사 부담이 낮아지긴 하지만, 최저보증을 적용받기 전에 가입자가 빠져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산 규모 상위 10개 생보사(KB·교보·동양·라이나·미래에셋·메트라이프·삼성·신한·한화·NH)의 변액 저축성보험 해지 건 중 5년 미만 유지 계약 비율이 34.8%에 달한다.
이탓에 신규 계약이 아닌 전체 보험료 추이를 보면 증가세가 미미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89조4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이중 퇴직연금의 증가율이 46.4%로 가장 높았고, 보장성보험 역시 12.9% 늘었다. 변액보험은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사업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보험손익 측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익률이 외부에 공개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고, 증시 하락에 따라 해약이 많아지면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 PB들이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투자 분산의 방법으로 영업하고 있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1~9월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44.2% 증가
높은 사업비 탓 CSM 기여도는 낮아
"증시 하락→해약→불완전판매 리스크"
높은 사업비 탓 CSM 기여도는 낮아
"증시 하락→해약→불완전판매 리스크"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