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으로 '이사 충실의무' 강화…회계펌들 '의사결정 지원팀' 신설
입력 25.11.24 14:56
삼정KPMG,'이사회 지원팀' 신설 등 대응
M&A·지배구조 개편 등 검토 과정을 지원
삼일 등 경쟁사도 관련 조직 꾸려 운영중
  • 상법 개정으로 이사 충실의무가 확대되면서 M&A(인수합병)·지배구조 개편 등 주요 거래에서 이사회 부담이 한층 커지자, 회계법인들이 잇따라 전담 조직을 꾸려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전문 자문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배구조·내부통제 관련 자문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정KPMG는 개정 상법 시행에 대비해, 각 부문 밸류에이션 전문가들이 모인 ‘이사회 지원 평가 서비스팀’을 출범했다. 팀 리더는 정현경 전무가 맡는다. 

    개정 상법으로 이사들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수행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대폭 강화되면서, 회계·컨설팅사들이 이를 보조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삼일PwC도 지난 7월 상법 개정에 맞춰 전략적 지배구조 컨설팅을 제공하는 ‘스트래티직 거버넌스 랩(Strategic Governance Lab·SGL)’을 신설했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 상법 전문 변호사, 내부통제·위기관리 전문가, 상장기업지원센터 인력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상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이사들이 배임 등 법적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로펌 등 외부 자문사의 법률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특히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공포 즉시 시행되는 만큼 기업들에는 더욱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됐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직무 수행 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조직·지배구조 개편, M&A, 투자 및 자금조달 등 주요 경영 판단에서 한층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졌다. 충실의무 위반 시 이사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업무집행 자체가 위법 또는 무효로 판단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 흐름이 빨라지면서 상장사 관련 거래에서는 이사들이 향후 충실의무 위반 우려로 자산 매각이나 M&A 판단에 더욱 조심스러워졌다”며 “이사회 내부에서도 의견 개진이 신중해지고, 의사결정 속도가 지연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최근 확정되면서 이사회의 책임은 추가로 강화될 전망이다. 발의를 앞둔 개정안은 신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 의무 소각하도록 하고, 자사주 처분계획은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이사 개인에게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업계에서는 잇따른 상법 개정으로 기업 내부통제가 강화되고, 주요 경영 판단 과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준수 여부와 관련된 자문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컨설팅업계는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한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제출 문서 지원 ▲행동주의 주주 대응을 위한 밸류에이션 분석 ▲사후 적정성 검토 ▲특수관계인·내부거래 밸류에이션 기반 독립성 검토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이사의 의사결정 지원 등을 핵심 서비스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개정 상법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시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만큼, 이사들의 의사결정 과정은 더욱 정교해졌다. 이에 자문사들은 특정 주주에게 편중된 이익이 발생하는지를 판단하는 이사회 제출용 보고서 등 분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자문사들이 제공하는 업무는 합병·분할 등 구조개편 방안의 기대효과 분석, 대안적 구조개편 시나리오의 장단점 검토와 시뮬레이션, 지배구조 개편 절차의 적정성 및 타당성 검토, 가치평가 지원 등을 망라한다. 이 외에도 분할·합병·주식교환·사업양수도, 자본조달 방안, 계열사 간 거래, 계열사 투자·회수 의사결정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합병비율 산정 보고서 작성 자문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