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해상풍력?…국민성장펀드 1호 프로젝트에 시장 촉각
입력 25.11.26 07:00
내달 국민성장펀드 출범서 1호 사업 공개
규모·상징성 중요…금융위 AI·반도체 언급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 제조 AI 등 후보
해상풍력 등 '가시적' 프로젝트에도 눈길
  • 내달 출범하는 국민성장펀드의 '1호 프로젝트'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의 첫 주자라는 상징성이 있고 대규모 자금이 흘러갈 방향을 보여줄 지시등이 되기 때문이다. 잠재 투자자들과 민간 금융사들도 어떻게 관련 실적을 쌓을지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부처합동으로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운용 계획을 밝혔고 이후 후속 절차를 진행해 왔다. 이달 국민성장펀드 사무국이 현판을 걸었고, 내달 10일 산업은행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펀드가 공식 출범한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출범과 함께 첫 투자 집행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 펀드의 키를 잡은 산업은행이 어떤 대상을 1호 투자처로 꼽을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단군 이래 최대' 펀드의 첫 사업이란 상징성 때문에 대규모 투자처가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1호 프로젝트로 발표될 가능성이 큰 영역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다. 펀드는 첨단전략산업 투자 마중물로써 기획됐고, 배분 예상 금액도 AI(30조원)와 반도체(20조9000억원)가 가장 많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최근 AI와 반도체에서 투자 기회가 빨리 보일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다음달 펀드가 공식 출범하면 최대한 빠르게 집행할 예정이지만 아직 1호 사업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최근 금융위원장이 AI나 반도체를 언급했는데 현 시점에선 그 정도 이야기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나 반도체는 최근 한국 경제에서 가장 뜨거운 영역이다. 다만 각종 규제가 많고 타국 대비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사업 확장에 애를 먹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투자나 지원이 1순위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에 새 공장들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 당장 건설 비용이 많이 늘기도 했지만 전력 등 인프라 설비를 갖추는 것도 난관이 많다.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설을 갖추기 위해 펀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SDS가 전남에 추진하는 국가 AI컴퓨팅 센터 사업도 잠재적인 1순위 후보다. 국가 주도의 AI 관련 사업에 삼성그룹이 힘을 보태고 있다. AI, 반도체와 연계된 사업으로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도 있다. 반도체 공장과 마찬가지로 전력 등 인프라 구축이 중요 과제로 꼽힌다.

    SK그룹이 전사적으로 나선 AI데이터센터 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가기간산업급 프로젝트인데 투자 규모가 막대해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부담스럽다는 평이 없지 않다. 투자금부터 각종 인프라 구축까지 지원할 여지가 많다.

    이 외에 제조 AI(Physical AI)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최근 조선, 방위산업 등 한국의 제조업 역량이 부각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AI와 로보틱스를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제조 역량이 유지돼야 그에 딸려 있는 중소 제조기업들도 활로를 찾을 수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한데 앞으로도 살아남으려면 AI와 제조업을 합쳐야 한다"며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제조 AI를 육성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나 AI 외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1호 사업은 상징성과 규모도 중요하지만 가시적인 실행 가능성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펀드 예산을 놓고 여야 합의가 지연되고 있고, 인사철이 겹치면서 당사 기관들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에 가동 시점이 많이 남은 프로젝트보다는 바로 지원 성과를 보일 만한 곳이 채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너지펀드가 한 예시다. 이 펀드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들이 1조2600억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출범 후 한동안 투자 실적이 없었지만, 올해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고속도로(신재생에너지)'는 국민성장펀드의 주요 투자 테마 중 하나기도 하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첨단산업기금이 올해 1호펀드 결성을 앞둔 미래에너지펀드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이 경우는 1호 사업을 쉽게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