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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창업자 김범수 전 의장이 경영 전면에서 사실상 이탈한 이후, 그룹 내 조율을 담당하고 있는 CA협의체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시장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측은 CA협의체가 "의사결정기구 아닌 권고에 가까운 조율·협의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든 그룹 단위 안건이 협의체를 경유하는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책임과 권한의 경계가 애매해졌다는 지적이다.
그간 카카오그룹은 콘텐츠·금융·모빌리티·게임 등으로 확장하며 계열사가 늘어난 만큼, 기존의 계열사 독립 책임경영 구조만으로는 복잡해진 사업군을 세밀하게 조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3년 CA협의체가 신설됐다. 출범 이후 2년 사이 협의체가 사실상 그룹의 정무·전략 창구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불거졌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 측은 "CA협의체는 결정권이 없으며, 계열사 CEO와 각 위원장이 논의한 뒤 합의가 이뤄지면 계열사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협의체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주요 전략 검토나 계열사 간 조율 이슈가 자연스럽게 공유·정렬되는 흐름이 자리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정책, 리스크 감지나 현안 공유 등도 대부분 협의체 단계에서 먼저 논의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복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협의체가 컨트롤타워는 아니라지만, 중요한 안건은 모두 협의체에서 기초 논의가 이뤄지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결정권 없다지만 게이트 키퍼 역할…수펙스·미전실 모방한 '1.5층 조직'?
카카오그룹에서 핵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은 CA협의체를 거치지 않고는 논의가 진행되기 어려운 구조다. 미래사업, 규제 대응, 브랜드 정책처럼 전체 플랫폼 관점에서 의견을 모아야 하는 이슈는 대부분 협의체에서 방향이 잡힌 뒤 계열사로 내려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카카오헬스케어의 청산 과정도 CA협의체 소속 M&A부문 임원이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카오 계열사의 재무적투자자(FI)는 "지주사 체제도 아니고, 대표의 단일 지휘체계도 없는 상황에서 주요 거래는 CA협의체가 중심 역할을 한다"며 "책임은 없이 실질적 영향력만 집중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 과거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기존 대기업처럼 전략기구가 갖췄던 명확한 권한·책임·인사 시스템이 없고, 제도화되기 어려운 '조율 기능'이 중심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글로벌 전략에서 드러난 구조적 한계…의사결정 지연 우려도
카카오의 중장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축은 AI와 금융 플랫폼의 글로벌화다. ▲카카오페이의 해외 사업 확대 ▲주요 계열사의 미국 증시 상장 ▲카카오뱅크의 추가 성장 전략 등은 그룹 단위의 일관성 있는 신속한 승인과 규제 대응이 핵심인 분야다.
하지만 현 구조에서는 어느 라인이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책임지는지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지속된다. 여러 사안의 전략 판단 지연 등은 김범수 전 의장의 공백 이후 나타난 의사결정 지체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사모펀드(PEF)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그룹과 딜을 검토해보면 결론을 내릴 조직이 없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CA협의체는 중요한 논의는 다 가져가지만, 실제 최종 결정을 누가 내리는지 명확하지 않아 해외 사업 속도가 날 수 없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카카오톡 개편, 광고 정책 변화, 새로운 AI 기반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반발이나 혼선이 반복된 배경에도 단일한 결정 구조 부재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전략적 의사결정과 실행이 분리돼 있다 보니 수익성 강화나 신규 서비스 성과가 시장 기대만큼 빨리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대로면 네이버나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반복은 구조적 문제…조직 팽창 속 책임성 비례해야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룹 내부에선 CA협의체의 특정 인물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글이 빠르게 확산됐다. 카카오 측은 부인하지만, CA협의체 임원이 자녀 결혼식 행사에 직원을 강제로 동원했다는 주장으로 내부가 들끓었다.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것 자체가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컨트롤타워가 아닌 조율기구가 그룹의 핵심 전략 라인처럼 비대해져 있는 상황에서는, 외부에서는 특정 인물에 권한이 모인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현재 150여명에 달하는 CA협의체 조직이 일정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임원 책임경영을 위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도입 ▲계열사 수 축소 작업 ▲리스크 관리 강화 ▲조직문화 개선 시도 등은 그룹 전반의 건전성 회복에 일정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조직의 성과보다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CA협의체에는 전략, 법무, 브랜드, ESG 등 주요 위원장과 신종환 CFO, 정신아 CEO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 내 주요 안건 대부분이 협의체에 오르내리는 구조가 만들어졌지만, 카카오는 "협의체는 결정권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카카오는 AI 전환, 글로벌 금융 플랫폼 진출, 카카오모빌리티 IPO, 카카오엔터의 해외 확장 전략 등 여러 변곡점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빠른 판단과 단일화된 책임 축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협의체 중심 구조에서는 속도와 명확성, 책임성을 모두 확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시장과 내부 양쪽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는 "창업자 중심의 오너십이 빠진 상태에서 카카오의 결정 구조는 여전히 임시 운영체제에 가깝다"며 "CA협의체가 본래 의도보다 비대해지면서 오히려 의사결정 공백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도 협의체의 역할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분위기다. CA협의체를 슬림화하거나, 지주사 체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론되지만 회사는 공식적으로 어떠한 방향성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향후 카카오가 어떤 형태로 의사결정 구조를 재정비할지, 그리고 협의체가 그룹 내에서 어떤 역할로 재정착할지에 따라 글로벌 확장 전략의 속도 역시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 김범수 전 의장 공백 이후 의사결정 속도 저하
그룹 단위 안건 대부분 CA협의체 거치며 영향력 집중
글로벌 전략 추진 과정에서 의사결정 지연 우려 커져
내부 신뢰 문제제기 속 책임과 권한 경계 모호한 상황
그룹 단위 안건 대부분 CA협의체 거치며 영향력 집중
글로벌 전략 추진 과정에서 의사결정 지연 우려 커져
내부 신뢰 문제제기 속 책임과 권한 경계 모호한 상황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