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실차 '0'에 가까워야 한다더니…보험사들, 수백억 적자에 '허덕'
입력 25.11.26 07:00
주요 보험사 보험금 예실차 1조 넘게 감소
한화생명·현대해상·DB손보 등 -2000억원대
'의료파업' 때문이라지만…실적 부풀리기 의혹도
  • 보험사들의 예실차가 올 3분기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실적 부진의 주 원인이 됐다. 그간 예실차를 '0'에 가깝게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의료파업 등의 대형 이벤트에는 속수무책이었다는 평가다. 동시에 보험사들의 손해율 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의혹이 다시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 3분기말 기준 삼성생명·한화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의 누적 보험금 예실차는 마이너스(-)1조54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932억원보다 1조1986억원 감소했다.

    회사별 적자 규모는 최소 수백억원에 달했다. 한화생명이 -27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전년 동기에는 1450억원의 적자를 봤는데, 적자 규모가 대폭 커졌다. 현대해상도 작년 1~3분기 -777억원에서 -2347억원으로 손실이 커졌다.

    다른 보험사들의 보험금 예실차도 일제히 적자로 전환했다. ▲삼성화재 2075억원→ -474억원 ▲DB손보 1460억원→ -2070억원 ▲한화손보 554억원→ -853억원 ▲삼성생명 70억원→ -1610억원 등이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이번 실적 발표에서 보험금 예실차를 별도 공시하지 않았지만, 보험금과 사업비 예실차를 합한 금액이 작년 1~3분기 3421억원에서 올해 48억원으로 급감했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지급할 것으로 예상한 보험금과 실제 지급한 보험금의 차이다. 예실차가 마이너스라면 예상보다 많은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보험 회계에선 미래이익을 가정하고 이를 일정 비율로 상각해 손익을 계산하는데, 이때 예실차가 '오차 보정'의 효과를 낸다.

    보험사들은 그간 지급한 보험금 데이터와 상품별 손해율 등을 기반으로 예실차를 관리한다. 대부분 예실차가 '0'에 수렴하도록 관리하되, 일정 수준의 이익이 이어진다면 그만큼 손해율을 잘 관리한 것으로 여겼다.

    문제는 지금처럼 예실차가 급감했을 때다. 보험업계는 예실차에서 큰 손실을 본 이유로 '의료파업 종료'를 꼽는다. 비경상 요인인 만큼 예실차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낙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보험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보험업계가 예상 손해율을 과소 평가했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예상 손해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하면 당장 보험계약마진(CSM)은 크게 인식된다. 다만 경험 통계가 쌓일수록 손해율이 보정되기 때문에 예실차 등으로 점차 드러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파업 같은 대형 이벤트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예실차가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상적으로 손해율을 관리하는 회사라면 1~2분기 안에 회복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예실차 쇼크'가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4분기에는 CSM 잔액이 감소하는 회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무해지 가이드라인 이후 보험사들의 CSM 전환배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렇게 측정한 수익성이 맞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며 "예실차 적자로 당기 순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미래 수익인 CSM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