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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에 2인 사장 체제로 돌아왔다. 두 사장은 일탈회계 논란과 보험 실적 부진 등의 과제를 안았다. '투톱 체제'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IFRS17 도입 직전에 등장했던 만큼 삼성생명이 현재 상황을 당시에 준하는 '위기'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삼성생명은 지난 24일 이승호 금융경쟁력제고TF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홍원학 대표이사 사장과 이승호 신임사장의 2인 체제가 됐다.
이승호 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쳤다. 1995년 삼성증권 주식팀에 입사한 뒤 경영지원실장, 디지털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자산운용본부장, 금융경쟁력제고TF장 부사장 등을 맡았다.
업계에선 삼성생명의 2인 사장 체제를 두고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을 배경으로 추정한다. 우선 일탈회계로 금융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상황이 부담이다. 일탈회계를 중단할 경우 9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자본, 혹은 부채로 계상되며 기존 회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실적 측면에선 보험손익이 급감하면서 투자 부문의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3분기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2620억원을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감소율은 7.9%로 줄지만,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은 위기 때마다 '2인 체제'를 찾았다. 지난 2023년에도 전영묵·박종문 전 사장의 2인 체제를 잠시 운영한 바 있다. 2022년 말 박종문 삼성생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전영묵 사장은 유임하면서 '투톱'을 형성했다. 2023년 말 전영묵 전 사장이 퇴임하면서 2인 체제는 1년 만에 끝이 났다.
2023년 당시 보험업계는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보험계약마진(CSM)이 부채로 인식되면서 단기간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보장성 상품'으로 영업현장이 전면 개편됐다.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로서는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몫을 '계약자지분조정'으로 표기하는 등의 혼란도 겪었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에도 2인 체제를 꾸린 바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권 전반이 어려움을 겪었고, 삼성생명은 특히 2010년 상장을 앞둔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로 금융경쟁력제고TF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2018년 신설된 금융경쟁력제고TF는 삼성 금융 계열사 경영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김상항, 전영묵 전 삼성생명 사장도 TF장 출신이다.
TF의 대표적 결과물로 꼽히는 통합 앱 '모니모'의 경우 활성이용자 수 등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급기야 자사 앱을 없애고 모니모로 채널을 일원화하겠다는 전략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다만 삼성생명 관계자는 "TF에 힘을 싣는다는 건 좀 과한 해석"이라며 "현재 하고 있는 금융 관계사의 미래 먹거리 창출이나 관계사간 시너지 제고 등의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다른 삼성 금융계열사 CEO는 모두 유임했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와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의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김이태 삼성카드 대표는 올해 3월 취임해 2028년 3월까지 임기를 받았다.
홍원학 대표·이승호 신임 사장 '투톱 체제'
일탈회계 논란·보험 실적 부진 등이 과제
과거 금융위기·회계기준 개편 때도 도입
일탈회계 논란·보험 실적 부진 등이 과제
과거 금융위기·회계기준 개편 때도 도입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1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