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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증권가가 '고배당기업' 선별에 나섰다. 본회의 통과 시 당장 내년 배당부터 특례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주주환원 기조가 강화될 기업과 업종을 미리 가늠해보려는 분위기다.
특히 정책의 수혜가 '시장 전체'보다 배당 여력과 의지가 뚜렷한 업종·기업에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증시 내부에서도 종목별 차별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는 조세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여야 합의 법안을 처리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고배당기업이 지급하는 배당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14~30%의 4단계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종전 정부안에서 3억원 초과 배당 분리과세율이 35%로 제시됐던 것과 비교하면, 최고세율을 30%로 낮춘 대신 고배당기업 요건은 훨씬 더 엄격하게 설계했다. 단순히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이 아니라, '배당정책을 구조적으로 개선한 기업'에 혜택을 몰아주겠다는 조세소위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고배당기업으로 분류되기 위해선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금 10% 이상 증가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직전연도보다 배당을 줄여선 안 된다. 사실상 배당 확대 의지를 명확히 증명한 기업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안에서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을 늘린 기업이면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요건이 크게 좁혀진 셈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고배당 정책 유인을 분명히 하려는 방향은 맞지만 적용 대상이 생각보다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과 "대주주 배당 회피를 줄여 시장 전체 배당정책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리츠(REITs)는 이번 본안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별도의 분리과세 특례가 존재하고 세수 감소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리츠 업계는 법적으로 수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하는 특성상 '고배당 인센티브'에서 제외되면 오히려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반박해왔다.
다만 국회는 '신속 검토' 부대의견을 달아 별도 입법 가능성을 열어뒀다. 내년 말 리츠 분리과세 특례가 일몰 예정인 만큼, 제도 공백을 피하기 위한 별도 법안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정책 방향이 확정되자 증권가 관심은 자연스럽게 '누가 혜택을 받을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시장 전반을 끌어올리기엔 요건 충족 기업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고배당과 배당성장 스타일 자금이 재편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된 환경에서는 현금흐름 기반 배당을 선호하는 추세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업종별로는 금융과 통신이 1순위로 거론된다. 금융주는 이미 배당성향이 높은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어, 추가 배당 부담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실적 변동성이 줄고 자본비율이 안정되면서 배당 확대 여력도 충분하다는 진단이 많다. 통신주는 현금창출력이 꾸준하고,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아 제도 변화가 배당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배당성향이 높은 KT&G, 통신업 대표 고배당주인 SK텔레콤,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에스원, 광고업종에서 안정적 배당을 유지해온 제일기획, 최근 3년간 연평균 배당성장률이 17.5%에 달한 케이카, 이익 체력이 강화된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현재 '초기 수혜군'으로 언급된다.
고배당·배당성장 ETF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도 언급된다. 분리과세 적용이 배당 매력을 높이는 만큼, '안정적 분배금'을 내세운 상품의 수요가 재차 늘어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고배당 ETF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해당 종목들의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번 분리과세는 배당 자체의 매력을 높여주는 조치지만,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제한적인 만큼 지수 전체를 끌어올리는 '빅뱅'보다는 종목별 차별화가 더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결국 배당을 늘릴 유인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주가 흐름이 갈리는 구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안보다 깐깐해진 요건…최고세율은 30%로 완화
리츠는 이번에도 제외…'신속 검토' 부대의견은 달아
증권가 "요건 충족 기업 제한적…배당정책 개선엔 긍정적"
금융·통신 등 1순위 수혜 업종으로 거론…업종별 차별화
리츠는 이번에도 제외…'신속 검토' 부대의견은 달아
증권가 "요건 충족 기업 제한적…배당정책 개선엔 긍정적"
금융·통신 등 1순위 수혜 업종으로 거론…업종별 차별화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01일 13:5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