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IPO 최대어 노리는 HD현대로보틱스, 대장주 두산로보틱스 넘어설까
입력 25.12.03 13:30
프리IPO 兆 밸류, 상장시 로봇 대장주 교체 가능성
조선·중장비 AI 로봇 수요 증가로 MASGA 수혜까지
100억 수수료 노리는 증권사 주관 경쟁 과열 조짐
  • HD현대로보틱스가 내년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 9곳에 주관사 선정용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며 상장 트랙을 공식화했다.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상반기 내 상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HD현대로보틱스를 두고 "두산로보틱스를 넘어서는 대어급 딜"이라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프리IPO에서 1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데다, 조선과 중장비 등 제조업 전반의 스마트팩토리 전환, AI 기반 제조 자동화 수요가 겹치면서 섹터 모멘텀이 강하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올해 10월 산업은행과 KY PE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으로, 2020년 KT 투자 당시 5000억원에서 5년 만에 네 배 가까이 뛰었다. 

    실적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24년 기준 연간 매출은 약 2150억원, 영업이익은 2억원대에 불과하다. EVA·EBITDA 방식으로 밸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로봇·AI 제조 솔루션에 대한 전략적 수요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MASGA) 등이 맞물리면서 7조원대 밸류를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IPO 최대어를 놓칠 수 없는 증권사들의 주관 경쟁도 뜨겁다. IPO 수수료는 통상 1% 수준이지만, 성장주 딜에는 성과보수가 붙는다. 상장 밸류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구조다. 증권업계에서는 수수료 규모만 최대 10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두산로보틱스 상장 당시 일부 증권사가 바리스타 로봇을 사내 전시용으로 매입한 사례가 있다. 이번 딜에서는 5000만원 상당의 공기청정 로봇기기를 구매해 사내에 배치한 증권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내부에서는 "대어를 잡기 위한 필수 영업비용"이라는 말도 나온다.

    프리IPO 참여 투자자(FI)들도 IPO 일정에 큰 이견은 없는 분위기다. FI들은 투자 유치 당시 '3년 이내 IPO 불발 시 지주사(HD현대)가 지분 전량 매입' 조건을 체결했다. 프리 밸류보다 낮게 상장될 경우 손실 보전 협의가 필요하지만, 로봇주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를 우려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이번 딜이 내년 최대어로 평가되는 배경에는 조선·중공업 제조업 사이클과 AI 기반 자동화 수요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조선·중장비·발전기기 등 HD현대 계열 대부분 사업부문에서 설비투자가 확대되고, 설비 확충에 맞춰 로봇 기반 공정 자동화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국내외 조선소는 용접·절단·비파괴검사 등 고난도 공정을 대량 자동화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조선사들도 최근 AI 용접 로봇 대규모 도입을 검토 중이다. 기술 고도화와 일본·중국 반덤핑 조치가 맞물리면서 국내 업체들의 기회가 확대된 것이다. 용접은 조선업 생산 핵심 공정으로, 로봇은 사람보다 정밀하게 공정을 수행할 수 있어 실무에서 도입 타당성을 빠르게 인정받고 있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정부의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역시 로봇·AI·스마트팩토리 등 산업정책이 제조업 자동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상장이 부담 없는 구조다. HD현대 연결 매출은 65조원에 달하지만, HD현대로보틱스의 예상 매출은 올해 기준 26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비중이 크지 않아 중복상장 논란도 사실상 없다는 평가다. 

    HD현대로보틱스는 대규모 R&D 투자와 인력 채용이 필요한 단계라 그룹 자금만으로는 성장 속도를 맞출 수 없다. FI를 유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 개발과 자본 투자를 동시에 확대해야 하는 성장 초입 단계에서는 시장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HD현대로보틱스가 내년 코스피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은 그룹 내 로봇·AI R&D와 인력 확대에 투입된다. 현대차그룹 해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도 내년 미국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와 함께 그룹의 글로벌 기술·자본 포트폴리오가 강화되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당시 1조4000억원 밸류였고 현재 4조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HD현대로보틱스는 매출이 더 크고 조선·제조업 자동화라는 명확한 수요처가 있어, 시장은 이번 딜 밸류 하한을 두산로보틱스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