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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전 포티투닷 대표(AVP 본부장)가 사임한 이후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사업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노출해야 했다.
후임자 없이 돌연 회사를 떠난 송 전 사장은 "레거시 산업과의 충돌"을 언급하며 그룹 내 기묘한 기류를 시사했고, 수장을 잃은 포티투닷은 본사에 통보도 없이 갑자기 자율주행 영상을 온라인상에 게재하며 파장을 키웠다.
현대차그룹의 100% 자회사인 포티투닷은 이제까지 그룹의 미래차 기술을 확보할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로의 대전환을 추진한 현대차그룹의 중심엔 포티투닷이 늘 빠지지 않았고, 정의선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송 사장은 그 어떤 경영진보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며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포티투닷 경영진과 본사 경영진 간 유기적인 관계가 잘 형성돼 있을 것이란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송 전 사장과 기존 핵심 경영진들과의 갈등 관계가 다시금 회자했다. 별다른 대책없이 떠난 송 사장의 퇴진과 남겨진 실무자들의 갑작스런 뽐내기(?)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영향력이 자회사까지 미치지 못하는 현실만을 부각했단 평가를 받았다.
물론 자회사라 하더라도 경영 활동을 일일이 본사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율주행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내 경영진들이 포티투닷의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행보를 좌시하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정의선 회장은 송 사장 퇴임 직후(5일) "속도보단 안정을 중시하겠다"는 말로 자율주행 경쟁과 관련한 기술 격차를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 사장의 퇴진과 맞물린 포티투닷의 독자적인 행보는 사실상 '하극상'에 가까운 행위로 비쳐졌다.
공개된 기술력이 세간의 이목을 끌만한 수준이었으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도입에 맞대응 할 수준의 기술력으로 보기엔 크게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포티투닷의 기술력이 공개된 이후, 테슬라의 FSD를 접목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미래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지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자체 운영체제(OS)인 바다(bada)를 버리고 안드로이드(Android)를 선택한 삼성전자와 같이 모셔널과 포티투닷에 대한 과감한 손절을 고민해볼 시점이란 평가마저 나왔다.
포티투닷이 내부 승인절차를 어겼는지, 핵심 기술을 자의적으로 노출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그룹 최고 경영진들이 판단할 몫이다. 이를 떠나 실무자들 사이에선 영상 노출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설전이 오갔고, 이를 통해 오랜기간 쌓여져 온 본사와 포티투닷의 갈등 관계가 노출됐다.
그룹 차원에서 딱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까지 번지게 되자,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12일 AVP본부 구성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 조직 간 협업을 넘어 그룹 차원의 역량을 결집한 진정한 원팀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봉합에 나섰다. 송 사장의 사임 약 일주일만의 일이다.
현대차그룹이 테슬라를 비롯한 유수의 완성차 메이커들과 자율주행 경쟁에서 앞서있지 못했단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수년 간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기술격차를 인정해야하는 냉정한 현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차그룹 역시 인사를 통해 명확한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진 못했다. 포티투닷의 새로운 수장 자리에 누가 앉을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몸도 풀리지 않은 구원투수(?)에게 그룹의 미래가 맡겨질 진 미지수다.
현대차그룹이 완성차 생태계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직간의 주도권 싸움, 관료에 가까운 경영진과 자수성가한 CEO와의 충돌 등 레거시산업과 스타트업의 갈등은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의 청사진을 그리기에 앞서, 오너와 핵심 경영진들은 실패한 용병술에 대한 철저한 리뷰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노트
송창현 사장 퇴진 후 대내외 논란 지속
격차 인정한 오너 vs 자체 기술 뽐낸 포티투닷
자회사 통제 못하는 현대차 현실 고스란히 노출
R&D·자율주행 수장은 공백, 후임도 안개속
송창현 사장 퇴진 후 대내외 논란 지속
격차 인정한 오너 vs 자체 기술 뽐낸 포티투닷
자회사 통제 못하는 현대차 현실 고스란히 노출
R&D·자율주행 수장은 공백, 후임도 안개속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12일 15:3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