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다시금 증권사 매물이 출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물만 나오면 살 곳은 많다"는 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중소형사의 실적 개선도 맞물리며 잠재 매물 후보군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60곳의 3분기 순이익은 2조492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6% 감소했다. 다만 증시 활황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6% 증가했다. 이번 3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양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증권사 업황이 좋아진 것은 증시 활황으로 매매대금이 늘어 브로커리지 수익이 확대된 데다, 신용융자 잔고 증가와 IPO·회사채 발행 등 IB 부문의 회복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리스크 부담이 완화된 점도 실적 방어력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증권사 매물 출회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황이 양호한 시기에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재 매도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발행어음 추가 허용, 종합투자계좌(IMA) 도입 등 대형 증권사에 유리하게 재편되고 있는 영업환경 역시 중소형 증권사 최대주주의 투자회수(exit)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향후 대형사 대비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게다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증권사는 원매자 수요에 비해 매물이 제한적이어서, 잠재 매물만 등장해도 시장의 관심이 크게 쏠리는 분야다.
M&A 시장에서 최근 성사된 증권사 거래는 지난해 9월의 한양증권 사례다. 올해 6월 KCGI가 지분 29.6% 인수를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으면서 한양증권은 70년 만에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한양학원 재단이 재정난으로 매각을 추진한 가운데, 금융 등 신사업을 확대해온 패션기업 LF가 끝까지 인수전에서 KCGI와 경쟁했다.
그 이전에는 2024년 5월 우리금융그룹의 한국포스증권 인수가 있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증권사 M&A는 2018년 SK증권·하이투자증권·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매각 이후 사실상 끊겼다. 이후 시장에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다가 한양증권이 등장하며 관심이 재점화된 바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회사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도 업황이 좋아지면 내부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다시 점검해보는 경우가 있다”며 “매물만 있다면 관심을 보일 잠재 인수자는 충분하고, 우리금융 역시 한국포스증권 인수 이전에도 다양한 증권사를 검토해온 만큼 적정 규모의 매물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증권사 매물이 나올 경우 원매자 수요는 충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비금융사의 증권업 진출 검토가 이어지고 있으며, 기존 금융그룹들도 매물 출회 여부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한국포스증권 인수 이전에도 여러 증권사 매물을 검토해 왔고, 인수 이후에도 공식적으로 추가 매입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사모펀드 역시 KCGI 사례처럼 금융업 확장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증권사들의 잠재적인 매도 의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뚜렷한 재무 부담을 안고 있는 하우스가 많지 않은 데다, 증권업이 인허가 산업 특성상 보유 가치가 높아 쉽게 매각을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한양증권 매각 역시 한양학원 재단의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특수 요인이 작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해 한양증권 매각이 논의될 당시 PF 부실 우려로 증권사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SK증권, 리딩투자증권 등이 잠재 매물로 거론됐으나 실제 매각 추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유안타증권도 수년간 매각설이 반복됐지만, 대주주인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등 매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근 실적 악화를 겪었던 SK증권은 올해 들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PF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했으나 IB 실적 회복세가 나타났고, 자회사 정리에도 나섰다. 지난 9월 계열 운용사 트리니티자산운용을 SH수협은행에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도 병행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권고사직을 실시하며 구조조정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소형 증권사 위기론’을 자극하기도 했다. 증권업 전반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커지는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유진투자증권이 올해 처음으로 자기자본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무지표가 개선된 만큼 당장 매각을 거론할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업계에서는 양극화 심화에 따라 중소형사가 재무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장기적 생존을 위해 대형사나 금융그룹 편입을 검토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업 내 격차가 예전보다 커지면서 단순히 라이선스 보유만으로는 사업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며 “업황이 양호한 지금이 업계 재편 가능성이 열릴 수 있는 구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 업황 반등에 매물 출회 가능성 기대↑
원매자 수요 여전…비금융·금융 모두 예의주시
중소형사 '상황 좋을 때'… 재편 나설 가능성도
원매자 수요 여전…비금융·금융 모두 예의주시
중소형사 '상황 좋을 때'… 재편 나설 가능성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