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인가 늘면 A급 채권 훈풍?…업계 "이미 올해 다 담았다"
입력 25.12.15 07:00
모험자본 의무 비중 확대…A급 이하 채권 포함
종투사 선제적 매수로 A급 추가 매수 제한적
IMA도 과도한 기대…"2027~2028년 돼야 체감 가능"
  • 초대형 증권사의 발행어음 시장 확대가 예고되면서 A등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란 기대가 번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모험자본 비중 의무를 단계적으로 상향하는데, 해당 범위에 A등급 이하 회사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 달리 실제 추가 수요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모험자본을 선제 매입했으며 오는 2027년 이후에서야 체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 비중을 의무화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는 2028년까지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조달액의 모험자본 비중 의무를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2026년 10% ▲2027년 20% ▲2028년 25% 순이다. 

    모험자본 범위에는 A등급 이하 채무증권(대기업 계열사 제외)을 포함한 중소·벤처기업, 벤처캐피탈(VC), 신기사, 채권담보부증권(P-CBO), 중견기업, 상생결제, 코스닥벤처펀드, 하이일드 펀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 모태펀드 투자 등에 이어 국민성장펀드의 첨단전략산업기금, 기업성장집합기구(BDC)가 포함된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 사업자들이 모험자본 비중을 맞추기 위해 A급 회사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시장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추가 수요 랠리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 중인 4개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증권)는 올해 들어 모험자본 자산을 선제적으로 채워놓은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종투 4개사의 모험자본 비율은 11.3~27.0%로 집계됐다. 내년도 규제 의무인 10%를 이미 충족한 수준이다.

    윤원태 SK증권 자산전략부서장은 "아마 올해는 더 많이 (A급 채권을) 담았을 걸로 예상한다"며 "내년도 모험자본 비율 10% 의무 비중 때문에 추가적으로 A급을 담아야 할 요인은 크게 낮다"고 말했다.

    발행어음 잔고 대비 모험자본 확대분을 계산해 보면, A등급 이하 회사채로 충당해야 할 실제 추가 물량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모험자본 인정 범위가 기존보다 넓어지면서 굳이 A급 채권에 집중할 이유도 줄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이미 리스크 바스켓을 채워놔서 내년 모험자본 대응 부담은 크지 않다"고 답했다.

    키움증권의 신규 매수 수요 정도만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키움증권을 초대형 IB 및 발행어음 사업자로 인가했다. 초기 운용자산 확보 차원에서 키움증권의 A급 채권 매수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수요가 시장 전체에 구조적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또 시장이 주목해 온 변수는 증권사의 IMA 상품과 관련한 자금이다. IMA 역시 25%의 모험자본 투자 비중 의무가 있기 때문에 A급 비우량 회사채 수요를 자극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 역시 과도한 전망이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IMA는 원금 보장 성격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상당수가 의무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는 폐쇄형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이 경우 투자자 유입 속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세제 측면의 제약도 거론된다. 만기 시 원리금을 일시에 수령하게 되면 이자소득세 부담이 한 번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IMA 자금 유입이 본격화돼 모험자본 투자로 흘러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윤 부서장은 "은행 적금을 해지하고 5~7년 묶이는 IMA 상품으로 넘어올 만한 유인은 크지 않다"며 "초기에는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자금이 모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027년~2028년 이후 모헙자본의 의무보유 비중이 늘어남과 동시에 발행어음 규모가 동반 확대될 경우 채권시장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