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태·세·율, 로펌들 '4000억' 고지서 2위 다툼 치열
입력 25.12.15 07:00
올해 4개사 모두 4000억 돌파 가능성 거론
치열한 순위 경쟁에 12월 수금 움직임 분주
인력 영입 경쟁 '부수효과'…질적 성장 의문
  • 올해 법률자문 시장에선 2위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광장과 태평양이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세종과 율촌이 이들과의 격차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관심이 모인다. 연말까지 막바지 자문료 수금 행보가 분주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법무법인들은 올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분주했다. 투자 시장은 여전히 주춤했고 정권 교체 영향으로 형사 일감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 자문 수요가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관련 세미나를 여는가 하면 직적 고객을 찾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시장이 크게 활기를 띠지 않은 가운데서도 주요 법무법인들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강점이 있는 영역에서 존재감을 이어갔고, 주목도 높은 사건과 거래의 자문을 나눠 맡으며 대형사로서 이름값을 입증한 모습이다.

    작년 4111억원(국세청 부가세 신고액 기준)의 매출로 2위에 올랐던 광장은 올해도 4000억원대 실적이 확실시 된다. 4500억원에 얼마나 가까워지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전통적으로 강세인 M&A 분야에서 작년 대비 3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사모펀드(PEF) 관련 자문도 예년보다 늘었다. 올해 최대 거래인 DIG에어가스 M&A에선 인수 자문으로 수십억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에선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을 대리해 1심 무죄를 이끌어냈다.

    작년 부가세 신고 기준 3918억원의 매출을 올린 태평양 역시 40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작년 광장과 200억원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는데 이를 얼마나 좁힐지, 혹은 역전할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태평양은 우리 정부의 대리인으로 나서 론스타와의 국제 중재 사건에서 최총 승소를 이끌어 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선 MBK파트너스 측 자문을 계속하고 있다. KKR의 삼화 인수,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인수 등 대형 PEF 관련 업무가 많았다.

    지난 수년간 법무법인간 매출 경쟁은 광장과 태평양의 2위 싸움, 세종과 율촌의 4위 다툼 양상이었는데 올해는 이 구도에 균열이 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매년 가파르게 성장한 세종과 율촌이 올해도 기세를 이어가며 기존 2위권과의 격차를 상당 부분 좁혔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종(작년 3698억원)은 올해 5대 로펌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보인다. 12월 성적표를 살펴봐야 하지만 처음으로 4000억원 벽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올해 당장 광장과 태평양을 넘지 못하더라도 그 격차는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내부적으로도 '2위 같은 4위'를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은 M&A 자문, 부동산, 금융, IT·엔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르게 활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SK텔레콤, KT, 쿠팡 등의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싹쓸이하며 경쟁사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두나무-네이버파이낸셜 합병 거래에선 미래에셋증권 측을 자문했다.

    율촌(작년 3709억원) 역시 첫 4000억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1~3분기엔 세종이 앞선 분위기인데 4분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M&A 분야에서는 일부 인력 이탈이 있었음에도 쏠쏠한 실적을 냈다.

    율촌은 올해 상반기 금융회사의 책무구조도 관련 자문으로 재미를 봤다. 컨설팅 기능을 내재화하며 경쟁사와 차별화했고, 초기 일감을 독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 거래에서 네이버 측을 자문했고 신세계-알리바바 합작, 롯데렌탈 매각도 도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제금융센터(IFC)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 승리를 이끌었다.

    연말이 다가워지면서 각 법무법인들은 막바지 실적 챙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보통 12월 한달에 2~3달치의 자문료를 거두기 때문에 12월 성적표에 따라 최종 순위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경영진들은 4분기 들어 미리미리 고객에 자문료 정산을 요청하라 독려하고 있다.

    법률자문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탄탄한 대형 법무법인 4개사가 선의의 경쟁 구도를 갖추게 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어느 정도의 질적 성장을 이뤘느냐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최근의 성장률은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크게 두드러진 수준은 아니다. 그나마도 자문 역량 고도화보다는 '인력 증가'에 따른 부수 효과란 평도 나온다.

    실제 광장(작년말 변호사 수 602명→11월말 604명)만 인력이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됐을 뿐 세종(567명→603명), 태평양(558명→594명), 율촌(502명→538명)은 변호사가 수십 명씩 늘었다. 법무법인간 인력 쟁탈로 각각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늘었다. 각 파트너들이 받아갈 배당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매출 5% 증가는 사실상 성장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매출도 사람이 늘었으니 따라서 늘었을 뿐 각 법인이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