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피너티가 락앤락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성공하며 매각을 위한 사전 정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유 현금을 활용해 기존 인수금융의 상당 부분을 상환하고, 약 800억원만 메리츠증권을 통해 다시 조달하는 구조다. 고금리 차입을 줄이면서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매각을 위한 ‘몸만들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지난 5일 800억원 규모의 락앤락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마무리했다. 당초 약 2300억원 수준이던 인수금융 잔고 가운데 1500억원가량은 보유 현금 등을 활용해 상환했고, 남은 800억원을 메리츠증권이 전액 인수했다.
이번 리파이낸싱을 통해 적용된 금리는 기존 인수금융 대비 소폭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시장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락앤락은 2022년 인수금융 만기 연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연 9% 수준까지 치솟은 바 있다. 금리가 소폭 낮아졌더라도, 최근 인수금융 금리가 5%대인 점을 고려하면 메리츠증권에 유리한 조건이라는 평가다. 만기는 3년이다.
이번 거래는 신규 대주인 메리츠증권과 기존 대주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기존 대주단은 8년 만에 인수금융을 회수하게 됐고, 신규 대주인 메리츠증권은 고금리를 적용받지만 손실 위험이 크지는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락앤락의 재무구조 개선과 실적 회복 흐름을 감안할 때 위험 대비 수익이 충분하다는 계산이 섰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인수금융을 셀다운하지 않고, 그룹사 자금을 활용해 직접 대출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대주단이 인수금융을 회수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어피너티는 지난 2017년 락앤락 지분 63.6%를 약 6300억원에 인수했으며, 당시 인수 자금 가운데 3750억원(한도대출 750억원 포함)을 5년 만기의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그러나 인수금융 만기가 도래한 2022년, 실적 악화와 함께 주가가 주당 인수가격(1만8000원)의 3분의 1 수준인 6000원대로 떨어지면서 재무약정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어피너티는 락앤락 배당을 늘려 일부 차입금을 상환하는 한편, 대주단과 만기 연장 협상을 이어갔고 결국 합의에 도달했다. 대신 당시 금리 상승 국면과 맞물리며 인수금융 금리는 연 9%대까지 급등했다. 인수 당시 적용됐던 금리가 연 4% 초반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자 비용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락앤락의 실적은 최근 들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까지 2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겪었지만, 지난해에는 1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재고 효율화와 생산 외주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60%를 웃돌던 매출원가율도 2024년 들어 60% 아래로 내려왔다. 올해 역시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이 예상되면서, 신규 대주 입장에서는 향후 실적 회복에 베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피너티는 락앤락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비영업자산 매각을 통해 기타영업외수익이 늘어나는 등 현금 확보에 주력해왔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락앤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3% 증가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락앤락이 양호한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차입금 축소와 함께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등 재무구조 개선흐름이 관찰된다”며 “메리츠증권 입장에서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딜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어피너티가 락앤락 인수 9년 차를 맞은 만큼, 투자금 회수를 본격화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상장 폐지 작업을 마무리한 데 이어, 이번 리파이낸싱을 통해 차입 구조를 정비하면서 매각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해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락앤락의 실적 정상화가 가시화되면 어피너티가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인수금융 2300억 → 800억 축소…보유 현금으로 차입 부담 경감
실적 회복·재무개선 바탕으로 매각 ‘몸만들기’ 본격화
실적 회복·재무개선 바탕으로 매각 ‘몸만들기’ 본격화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2월 12일 16: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