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發 AI 투자 시동에…AI기업 상장 문턱 낮아질까 기대하는 VC
입력 25.12.16 07:00
인공지능(AI) 분야에 30조원 투입 전망
VC 출자사업 규모 커지고 엑시트 창구 마련 기대
올해 노타 이어 내년부터 AI기업 상장 줄줄이 대기
소부장 사례 보면 AI도 거래소 심사 기조 바뀔 가능성 있단 평
  • 지난 10일, 국민성장펀드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50조원 규모의 자금이 흘러들어오는 만큼 펀드레이징의 기회로 보는 것은 물론이고, 인공지능(AI) 기업 위주로 상장을 통한 엑시트 기회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성장펀드가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분야는 AI로, 150조원 중 약 3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AI 산업 지원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기술특례상장의 조건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VC들의 엑시트 창구를 열어주지 않겠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에 지난달 코스닥에 상장한 AI모델 경량화·최적화 기술 기업 '노타'의 실적에 주목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노타의 실적이 향후 다른 AI 기업의 상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4년 8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노타는 올해 매출 145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2024년 영업손실 120억원,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125억원 등 기술특례상장 초기 적자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I기업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한 VC업계 관계자는 "기술력, 매출액, 수익성 등 여러 요소 중 노타는 기술력과 일정 규모에 도달한 매출을 근거로 상장에 성공했다"면서 "수익성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는데 실적이 꺾이면 다시 AI 기업들의 기술특례상장이 어려워질 수 있어 노타의 올해 실적이 잘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AI 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 확대는 아직 적자지만 일정 기준을 충족한 AI기업들의 상장 기대감을 높여줬다는 평이다. 앞선 관계자는 "내년부터 기술특례상장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한 AI기업들을 어떻게든 밀어넣어 상장을 시도하는 VC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상장을 준비하는 AI 관련 기업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산업 특화 AI기업 마키나락스, 비전 AI기업 슈퍼브에이아이, AI 풀퍼널 마케팅 플랫폼 버즈빌, AI 기반 라이다(LiDAR) 인지솔루션 기업 뷰런테크놀로지 등이 내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이외에도 AI 클라우드 전문기업 클루커스, AI 드론 기업 니어스랩, 의료 AI 기업 에이아이트릭스 등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VC들의 헛된 기대로 치부하기엔 상장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거래소는 AI기업의 상장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데, 증권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정부 정책 방향성에 따라 심사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정부 정책 방향성이 정해지면 거래소는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2020년경 정부가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육성하기로 결정한 후, 거래소는 소부장 특례와 패스트트랙 등을 통해 상장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바이오 기업 일색이던 IPO 시장에 소부장 기업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을 육성하려면 VC들의 엑시트 창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을 거란 시각도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공제회 등의 VC 출자사업 금액이 꽤 많이 늘어난 모습"이라며 "국내 기업을 키우고 싶다면 VC에만 돈을 쏟을 것이 아니라 향후 상장이든, 사모펀드(PEF)든 VC들의 퇴로를 열어주고 커진 덩치를 누군가 받아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