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성과급 계산기 두드리는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증권사만 ‘나홀로 호황’
입력 25.12.18 07:00
증시 랠리에 웃는 증권사
딜 가뭄에 움츠린 IB·자문사
성과급도 부문별 양극화
  • 연말을 맞아 기업들의 관심이 성과급으로 쏠리고 있다. 자본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올해는 업권 간, 더 나아가 같은 업권 내에서도 성과급을 둘러싼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증시 호황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은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웃고 있는 반면, IB·자문사·로펌 등 여타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딜 가뭄’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말 인사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승진 여부뿐 아니라 성과급 규모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반도체 업종(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을 제외하면 다수 산업에서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명예퇴직 연령을 40대까지 낮추는 기업이 늘고 있고, 유통업계는 성과급 지급은커녕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은 자본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대형 거래만 간헐적으로 성사되는 ‘되는 딜만 되는’ 환경이 이어지면서 자본시장 플레이어 간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그중에서도 업권 전반에서 비교적 고른 수혜를 본 곳은 증권사다.

    증권사, 증시 호황 직격탄…실적·성과급 모두 ‘역대급’

    증권사들은 올해 주식시장 상승과 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대부분 1조원을 넘어섰고,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실적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원에 육박했고, 미래에셋증권은 1조694억원, 키움증권은 1조1426억원, 삼성증권은 1조451억원, NH투자증권은 1조23억원을 기록했다. WM 수수료 증가와 트레이딩 부문의 선전이 전사 실적을 끌어올린 결과다.

    이 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증권사들의 성과급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성과급은 통상 내년 1~3월 확정·지급되며,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는 부서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WM과 리테일, S&T 부문이 실적을 주도한 반면, IB 부문은 과거 PF 충당금 부담과 ECM·DCM 실적 편차로 상대적으로 적은 성과급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의 성과급이 업계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연간 순이익 2조원 달성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WM·리테일, S&T, IB 순으로 성과급이 책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성과급 기대가 높다. 올해 순익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주가 역시 연초 이후 50% 이상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성과급 규모를 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버금가는 '비교'가 이뤄질 가능성도 언급된다. 두 회사 모두 성과급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있어, 한동안 잡음이 이어질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키움증권은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 확대로 성과급 기대가 특히 크다. 지난해 월급의 약 800%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된 만큼, 올해는 이를 상회할 것이란 내부 기대도 감지된다. 삼성증권은 주가 연동 성과급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올해 주가 급등이 성과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실적과 별개로 임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논란 등 내부 이슈가 겹치며 성과급 논의 자체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 IB·자문사는 상대적으로 ‘소외’…외국계 IB는 크로스보더 확대로 성과급 기대

    이 같은 ‘성과급 잔치’에서 IB 부서들은 다소 소외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PF 관련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ECM·DCM 실적도 회사별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IB 자문 수수료에 의존하는 회계법인과 로펌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회계법인의 경우 삼일PwC 정도만 예년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은 파트너들 가운데 성과급을 받지 못하거나 예년보다 줄어든 사례가 적지 않다. 빅4 내에서도 1위인 삼일과 나머지 회계법인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로펌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형 로펌들의 연매출이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트너들이 배당으로 체감하는 성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력 확충 경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데다, 임대료 상승까지 겹치면서 비용 증가분이 고스란히 파트너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광장을 제외한 주요 로펌들은 최근 1년간 변호사 수가 수십 명씩 늘었다.

    그나마 외국계 IB들은 DIG에어가스 등 고난도의 크로스보더 딜을 성사시키며 예년보다는 다소 나은 성과급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내 IB 수수료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가운데, 블록세일과 크로스보더 거래로 수익원을 다변화한 결과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올해도 딜 가뭄에 시달렸다”며 “주식 거래와 WM 중심의 비즈니스 부문이 올해 성과급을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